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65] 체형에 맞춰지는 편안한 의자

바람아님 2014. 6. 24. 09:46

(출처-조선일보 2013.12.06 정경원 | KAIST 교수·산업디자인)


"직원들에게 120만원짜리 값비싼 의자를 지급한다고?" 얼핏 들으면 불필요한 비용을 써서 큰 낭비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잘 디자인되어 업무 능률을 크게 높여준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구입 후 12년 동안이나 품질을 보증해준다면 괜찮은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대기업들이 자사 직원들의 전용 의자로 에어론 의자(Aeron Chair)를 채택하고 있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NHN이 새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에어론 의자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이 1994년 디자인한 허먼 밀러의 에어론 의자 사진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이 1994년 디자인한 허먼 밀러의 에어론 의자.
미국 사무용 가구 메이커인 허먼 밀러(Miller)의 에어론 의자는 
앉는 사람의 체형과 자세에 따라 가장 편안한 상태로 조절되는 '키네마틱 틸트(kinematic tilt)' 기능을 갖고 있다. 
앉는 사람의 발목, 무릎, 허리, 어깨, 목을 축으로 하는 중심 이동만으로 적절한 각도와 균형이 유지된다. 
받침과 등받이에는 망사 같은 구조로 탄력과 신축성이 강한 메시(mesh) 소재를 활용하여 체중이 분산되고 통풍이 잘 된다.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는 등받이가 있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준다. 
허벅지 받침대는 체중을 분산시키고,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주어 피로를 완화해준다.

에어론 의자는 1994년 외부 전문가인 빌 스텀프(Stump)와 돈 채드윅(Chadwick)에 의해 주로 재활용될 수 있는 소재들로 
디자인되었다. 탁월한 기능과 독특한 형태가 어우러진 이 의자의 인기는 떨어질 줄 모른다. 
1995년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된 이래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요즘도 해마다 100만개씩이나 팔려나간다. 
2011년에는 굿 디자인 특별상, 롱 라이프 디자인상 등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CNN에 의해 '지난 100년간의 최고 디자인 
12선(選)' 중 8위로 뽑혔다.

화려한 형태와 색채로 꾸미지 않았지만, 진정으로 사람과 환경을 배려한 에어론 의자 디자인의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