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27 이준관 아동문학가)
노마
순이와 싸우고
노마는
장독 뒤에 혼자 앉아 있다.
울밑에서
꼬꼬가 뛰어와서
"꼬꼬 꼬꼬…"
노마를 부른다.
달랑달랑
바둑이도 달려와서
"콩콩 콩콩…"
노마를 부른다.
노마는 노마는
대답을 않고
손가락으로
땅에다 글만 쓴다.
"순이
순이
순이"라고―.
―박경종(1916~2006)
노마와 순이는 무슨 일인가로 싸운 모양이다. 싸움이라고 해 보았자 "요게 까불어?"하고 주먹을 쥐고 으름장을 놓거나 어깨로 밀치는 정도였을 것이다. 아니면, 눈을 흘기고 꽁 토라져 "이제 너하곤 안 놀아"하고 겁을 주는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했던 친구와 싸운 일이 노마는 두고두고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모양이다. 땅에다 '순이 순이 순이'라고 쓰는 걸 보면.
아마 노마는 순이 이름을 쓰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을 것이다. 그리고 순이가 더욱 보고 싶었을 것이다. 장독 뒤에 혼자 앉아 꼬꼬와 바둑이가 불러도 말없이 땅에다 순이 이름만 쓰는 노마의 모습이 참 귀엽다. 그리고 남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잘못을 먼저 뉘우치는 아이의 마음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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