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줄기에서 작은 곁가지가 뻗어 나오고 있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곁가지는 가지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가늘고 여리다. 사람들은 곁가지를 우습게 본다. 살아가면서도 줄기나 몸통이 되려 하고 곁가지로 여겨지기 싫어한다. 한번 줄기로 자리 잡으면 곁가지들을 쳐낸다. 그래야 자기 몸통을 불려 나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줄기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아무리 두툼하게 자란 나무줄기라 해도 잎을 피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향기로운 꽃과 열매도 모두 가지 끝에서 피어난다. 내 욕심에 곁가지를 잘라내면 우거진 나무가 될 수 없게 된다.
저 작은 가지에서 나온 잎사귀들이 메마른 줄기에 푸른 그늘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곁가지로 사는 것은 축복받은 삶이다.
글·사진=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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