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44] 아름답고도 편리하면 사람들은 앉고 싶다

바람아님 2014. 9. 26. 18:28

(출처-조선일보 2013.02.22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의자는 디자인하는 사람의 철학과 역량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이다. 
새로운 구조와 소재를 활용하여 사람이 편히 앉을 수 있게 해 주면서, 동시에 형태도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의자의 생김새가 아무리 멋지더라도 불편하거나, 아주 편할지라도 모양이 조잡스러우면 디자이너는 실패한 것이다. 
형태와 기능이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해야 비로소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의자가 될 수 있다.

이집트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단순한 구조의 '우피 의자'가 주목받고 있다. 매끄럽고 우아한 곡선 형태는 한 점 조각품을 연상케 하고, 
각기 다른 두 높이로 디자인되어 팔걸이의자나 스툴로 활용될 뿐 아니라, 제작 공정도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우피 의자' - 이탈리아 비-라인 제작, 카림 라시드 디자인, 2011년, 

폭 763㎜, 깊이 640㎜, 높이 852㎜, 무게 8.8㎏.

폴리에틸렌을 소재로 하여 '회전 몰딩(Rotational Molding)' 공법으로 만드는 이 의자는 가볍고 내구성도 강해서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장소로 옮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한군데 겹쳐서 쌓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색채의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라시드는 우피 의자의 색깔을 토파즈 블루(blue), 코랄 레드(red), 바살트 그레이(grey), 
아메시스트 퍼플(purple) 등 다채롭게 디자인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 가구 회사 '비-라인(B-line)'이 라시드에게 의뢰해 2011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이 의자에는 
평소 '감각적인 미니멀리즘(sensual minimalism)'을 추구하는 라시드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형태와 구조는 단순해도 무미건조하지 않으려면 감각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센슈얼리즘'이라고 하는 그런 생각은 "디자인의 가치란 한눈에 보이고 느껴지므로 어떠한 설명도 필요없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각주 : 미니멀리즘(minimalism) -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