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1896년 개항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목포다. 항구가 생기자 목포 앞바다에서는 해상시장인 파시가 사시사철 열렸고, 돈 냄새를 맡은 가난한 뱃사람들이 모였다. 몸뚱이 말고 가진 것 없는 그들은 바다가 굽어보이는 유달산 남쪽 자락에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따뜻했다.
다순구미 마을. 따뜻하다는 의미의 전라도말 '따숩다(다순)'와 후미진 곳을 일컫는 '기미(구미)'를 일컫는 다순구미는 행정구역 이름으로 온금동이다. 따뜻할 온자와 비단 금자를 쓴다. 정식 명칭이야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쓰면 그만이고, 다순구미로 불러야 동네가 확 와 닿는다. 다순구미는 곧 사라진다.
2012년 온금동은 재개발촉진지구로 고시됐다. 낡은 불량주택이 밀집한 다순구미 마을이 목포항 관문에 위치해 항구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게 이유다. 빈집들이 많아 담장이 기울고 녹이 슨 대문과 창문 틈새에는 잡초가 피어올랐다. 뱃사람들은 따뜻한 마을을 떠나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처럼 한없이 풍요로울 줄 알았던 바다는 언제부터인가 쉽게 물고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냉장기술이 개발되자 잡아온 고기를 바다 위에서 거래하는 파시도 필요 없어 배들이 모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궁색한 집안 살림살이에 효자노릇하던 벽돌공장도 문을 닫았다. 돈 버는 재미로 고단함을 견뎌내며 흥겨워했던 마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젊을수록 나이 한 살 더 먹기 전에 서둘러 마을을 벗어났다.
다순구미 마을. 따뜻하다는 의미의 전라도말 '따숩다(다순)'와 후미진 곳을 일컫는 '기미(구미)'를 일컫는 다순구미는 행정구역 이름으로 온금동이다. 따뜻할 온자와 비단 금자를 쓴다. 정식 명칭이야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쓰면 그만이고, 다순구미로 불러야 동네가 확 와 닿는다. 다순구미는 곧 사라진다.
가난한 뱃사람들이 유달산 너른 품에 안겨 삶을 이어가는 다순구미마을의 야경. 남편과 자식들을 위한 아낙들의 기도 소리를 듣던 바다는 침묵 속에 먼 바다로 나아간다."얼마나 더 살려고 때려 부숴."
2012년 온금동은 재개발촉진지구로 고시됐다. 낡은 불량주택이 밀집한 다순구미 마을이 목포항 관문에 위치해 항구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게 이유다. 빈집들이 많아 담장이 기울고 녹이 슨 대문과 창문 틈새에는 잡초가 피어올랐다. 뱃사람들은 따뜻한 마을을 떠나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처럼 한없이 풍요로울 줄 알았던 바다는 언제부터인가 쉽게 물고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냉장기술이 개발되자 잡아온 고기를 바다 위에서 거래하는 파시도 필요 없어 배들이 모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궁색한 집안 살림살이에 효자노릇하던 벽돌공장도 문을 닫았다. 돈 버는 재미로 고단함을 견뎌내며 흥겨워했던 마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젊을수록 나이 한 살 더 먹기 전에 서둘러 마을을 벗어났다.
만선의 꿈이 사내만의 것이겠는가. 한땀 한땀 그물줄을 잇는 아낙들의 손길에서 뱃사람들의 꿈은 무르익어간다."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 조금새끼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선장이던 남편을 일찍 여읜 한 할머니는 품팔이로 자식들을 키워냈다. 생일이 비슷한 동네 아이들을 '조금새끼'라 했다. 바닷물이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아 물고기도 숨어서 잠을 잔다는 조금 때, 출어를 포기한 사내들이 집에서 자식 만들기에 전념하다보니 생일이 비슷할 수밖에…. 조금 큰 조금새끼들을 데리고 간 남편 배가 풍랑에 뒤집혀 제삿날이 같은 집도 여럿이다.
"장갑을 끼면 그물 줄이 손에 착착 안 잡혀."
문 닫은 벽돌공장 담장에서 망가진 그물을 고치는 어머니의 거친 손이 안쓰럽다. 돈 되는 일은 한사코 하지 않았다던 남편 탓에 온갖 풍상을 겪어온 손이다. 벽돌공장이 문을 닫기 전까지는 쌀장사를 해낸 손이고, 공장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자 그물에 손을 댔다. 대학 못 보낸 게 속상하다지만 육남매를 보듬어 키워낸 아름다운 어머니의 손이다. 주체할 수 없는 카메라는 어머니의 손을 향했는데, 자식들이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한다며 고개를 저으신다. 나이 팔십이 넘어서도 자식 생각뿐이다.
조금새끼들을 위해 제를 올렸다던 마을 뒷산 산제당터에 올라 동네를 바라봤다. 고깃배와 여객선, 바지선들이 붓꽃 빛깔의 마을 앞바다를 유유히 지나간다.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올뫼나루터로 돌아오는 뱃사람들의 노랫소리는 사라졌지만, 다순구미 마을에 비추는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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