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82] 기울어진 와인 글라스의 秘密

바람아님 2015. 1. 3. 10:06

(출처-조선일보 2015.01.03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팁시 와인 시음 글라스 사진

팁시 와인 시음 글라스. 

높이 221.8㎜, 폭 90.2㎜, 깊이 98㎜. 

디자이너: 알바로 우리베. 

제조 회사: 로가스카

(Rogaska·슬로베니아).

연말연시를 맞아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아지면서 독특하게 디자인된 와인 잔들을 보게 된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와인 잔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잔이다. 

왜 멀쩡한 잔을 기울였을까? 

와인 애호가들은 한눈에 시음(試飮)을 위한 것임을 알아채기 마련이다.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자기가 주문한 제품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와인은 과즙을 발효시킨 양조주이므로 적정한 온도에 맞추어 보관하지 않으면 상하기 쉽다.

내용물이 산화하면 색깔이 뿌예지고, 역겨운 냄새나 신맛이 나게 된다. 

그런데 와인 시음은 '적당한 양 따르기→색깔 보기→냄새 맡기→삼키면서 맛보기'로 

이루어지므로 그 나름대로 경험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어 초심자에게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남미의 콜롬비아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알바로 우리베(Alvaro Uribe)는 그런 문제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원천적으로 해결에 

나서 와인 시음 전용 잔인 팁시(Tipsy)를 디자인했다. 

컴퓨터 그래픽과 3D 프린팅 기술로 디자인한 팁시는 가늘고 긴 받침 위에 3.8온스(약 107g)

용량 잔을 38도 각도로 기울여서 올려놓은 형태이다. 

잔에 담긴 와인 색깔을 눈으로 확인하여 유리의 왜곡 현상을 방지하려는 배려이다. 

또한 와인의 향기가 입구 쪽으로 모여서 쉽게 코로 맡을 수 있다. 잔과 받침은 각기 따로 

제작하여 UV 접착제로 붙임으로써 적정한 각도를 유지하고 제조하기도 쉽게 했다.


2010년에 완성된 팁시 콘셉트가 상품화된 것은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

(kickstarter)의 지원 덕분이었다. 팁시는 76명의 후원으로 2013년 12월 목표로 했던 

1만5000달러 모금을 초과 달성하여 2014년 2월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출시되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디자인의 융합이 이룬 성과이다.


<각주-UV 접착제란 자외선 경화  접착제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