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83] 복잡한 디자인으로 소통에 실패한 예

바람아님 2015. 1. 31. 12:39

(출처-조선일보 2015.01.31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오늘 한국과 호주의 결승전이 열리는 'AFC 아시안컵 호주 2015' 경기 중계방송을 볼 때면 TV 화면에 
이따금 나타났다 사라지는 로고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워낙 짧은 시간에 스쳐 지나가듯 비춰주니 전체 형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시드니 디자인 회사 '와이트카이트(WiteKite)'가 디자인해 2012년 10월 멜버른에서 공식 채택된 이 로고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다 보니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C 아시안컵 호주 2015’ 로고. 디자인: 와이트카이트, 2012년.
 ‘AFC 아시안컵 호주 2015’ 로고. 

디자인: 와이트카이트, 2012년.


실제 이 로고를 구성하는 조형 요소는 다양하다. 

윗부분 가운데에는 아시안컵 경기가 열리는 호주의 지도와,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 힘차게 축구공을 차는 선수 모습이 

겹쳐 있다. 

그런데 축구 경기가 멜버른·시드니·캔버라 등 주요 도시에서 

번갈아 열린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지도를 작은 네 면으로 

분할했으며 축구장 센터 서클과 라인까지 표시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복잡해졌다.

왼편 위쪽의 원(圓)은 축구공과 태양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빨간색 선수가 찬 축구공이 호주에서 

아시아를 향해 아치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이 원은 크기가 다른 세 개로 이루어져 작열하는 호주의 여름 태양을 나타내고 있다. 

중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sian Football Confederation·AFC)이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는 형상이다. 

밑부분에는 행사 이름과 주최국 및 개최 연도를 각기 다른 스타일의 서체로 표기했다. 

그나마 색채는 채도가 낮은 빨강·주황·노랑 등 유사한 계열의 색상과 검정의 조합으로 제한했다.

모처럼 호주에서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여러 가지 요소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너무 복잡해졌다. 

따라서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로고가 되고 말았다.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아름답고 소통도 잘된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