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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주도의 神,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귀양 온 존재들"

바람아님 2015. 1. 5. 15:20

(출처-조선일보 2015.01.05  김성현 기자)

"제주도의 神,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귀양 온 존재들"

제주 설화집 낸 현길언 작가
"시련 극복한 영웅신화와 달리 중심부 세계 추방된 제주 신… 육지 쫓겨난 정착민과 닮아"


	고향 제주도의 설화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고찰한 연구서를 펴낸 소설가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
 고향 제주도의 설화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고찰한 연구서를 펴낸 
소설가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 /이진한 기자

"제주의 신(神)은 '버림받은 신'이자 '얻어먹는 신'이다."

제주 출신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현길언(75) 전 한양대 교수가 
고향 제주의 설화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고찰한 연구서 
'제주 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태학사)을 최근 펴냈다. 
그가 발행인을 맡고 있는 계간지 '본질과 현상' 기획팀은 제주 설화 40여 편을 
대중적 눈높이에 맞춰 다듬어낸 '섬에 사는 거인의 꿈'도 함께 출간했다. 
현씨는 평소 "내 소설은 제주 설화와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고백할 만큼 
제주 설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이번 연구서에서 그는 제주 설화 속 신들을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귀양 온 존재들"로 규정했다.
무속 의례인 굿에서 무속신의 내력을 담고 있는 제주 당신(堂神) 본풀이의 모티브를 분석한
결과, 27편 가운데 추방되거나 유배된 경우가 20편에 이른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의 모세와 고구려의 주몽 등 기아(棄兒)와 추방의 모티브는 세계 각국의 종교와 
영웅 설화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현 교수는 
"영웅 신화는 대부분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의 면모를
 지닌 반면, 제주의 신들은 중심부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당한 존재에 가깝다"고 했다.

제주의 신은 권위와 능력을 상실한 채 봉양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는 구명도식(救命圖食)의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설화에는 "육지에서 여러 사정으로 쫓겨나 제주에서 정착할 마을을 
찾아다녔던 제주 사람들의 모습이 어려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척박한 땅, 모진 바람, 비가 많은 기후 같은 자연환경에, 탐관오리의 착취와 
왜구 침략 같은 수난을 겪었던 절박한 상황이 설화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제주 사람들은 막다른 삶의 정황에서 도망치려고도 했고, 되돌아서서 억압 세력과 대결하려고도 했다. 
그 무기가 이야기였고 노래였기 때문에 설화에서도 진득한 인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대표적 설화 가운데 하나가 '단맥(斷脈) 설화'다. 
중국 황제가 보낸 풍수사(風水師)가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인물이 날 만한 지맥(地脈)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제주에서는 
임금이 나오지 않았고, 생수마저 귀해졌다는 이야기다. 
현 교수는 "제주산 생수가 세계적 브랜드로 떠오른 현재는 이 설화가 허구라는 사실이 판명 난 셈이지만, 
탁월한 인물의 출현을 염원했던 제주 사람들의 마음은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성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312쪽. 1만8천원.


'제주 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  (태학사)

목차


1부 제주설화와 주변인의 삶 
1. 제주의 역사와 제주사람들의 이야기 
2. 쫓겨온 신들의 생존양식 
3. 왕이 없는 땅에 사는 사람들 
4. 장수들의 일생 
5. 장사들의 저항과 좌절 
6. 설화와 제주사람들의 존재 양식 

2부 자아와 세계에 대한 주변인의 사유 
1. 우주 창세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인식 
2.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인식 

3. 물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인문학적 인식  

4. 섬에 사는 거인의 꿈 


3부 제주설화와 주변성 
1. 문제 
2. 제주설화의 주변성 
3. 주변부 설화와 그 사람들의 생존 양식



312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