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클리프턴 지음|정준희 옮김|북스넛|277쪽|1만3000원
저자 짐 클리프턴은 1988년부터 26년 동안 갤럽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갤럽을 미국 테두리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업적 중 하나가 2005년 시작한 '갤럽 세계 여론조사(Gallup World Poll)'다.
70억 인류의 생각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 결과 이 책 '일자리 전쟁'이 탄생했다.
클리프턴은 "세계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우리는 세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한 가지 진실을 발견했다"며 "세계가 원하는 것은 양질(良質)의 일자리"라고 했다.
대중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랑·돈·음식·안식처 등과 같은 필수품도 평화·자유 등과 같은 고상한 이상도 아니었던 것이다.
◇인류는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클리프턴이 2011년 이 책을 미국에서 출간했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미국 실업률은 10% 언저리였고, 1100만명의 실업자가 넘쳐났다.
그는 "70억명의 세계 인구 중 30억명이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12억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양질의 일자리 18억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동시에 앓고 있는 중병이었다.
- 짐 클리프턴 갤럽 CEO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전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구글 사무실의 모습.
- /Corbis/토픽이미지
클리프턴은 그렇기 때문에 향후 30년 동안은 양질의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봤다.
만약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창업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미국을 능가한다면 그 나라가 앞으로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미국은 실업률을 작년 11월 현재 5.8%로 떨어뜨렸고 실업자도 910만명으로 줄였다.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당장 알긴 어렵지만, 일단 미국이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기업가 정신 북돋아야 가능"
좋은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클리프턴은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부어 혁신을 장려하고 낮은 금리로 돈을 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썼다.
기업가 없이는 혁신 아이디어가 아무리 넘쳐도 고객이 지갑을 열고 일자리가 생기는 실제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클리프턴은
"인구 1000명당 세 명 정도만 연간 5000만달러(약 5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기업을 키워낼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결국 한 나라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관건은 희귀한 기업가 인재들을 붙잡는 데 달려 있다.
클리프턴은 "인터넷 호황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은 1000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이 이민자"라고 했다.
해외 인재를 끌어들였기에 미국이 인터넷 경제를 주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유능한 기업가들이 이주해 정착하는 곳이 '차세대 경제도시'가 될 것이라 했다.
미국이 다시 경제 기적을 이루려면 유능한 기업가를 끌어들여 어느 나라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성장 전략에도 대입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매출 500억원 이상 되는 회사는 6000여개다.
클리프턴의 산식(算式)을 따르면 인구 5000만명이면 이런 기업가 15만명이 나올 수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기업가를 발굴할 여지가 많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고 기운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가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
'서재에 살다' 박철상 (문학동네)
은행 일과 고문헌 연구를 병행하는 박철상 광주은행 부장/김영근 기자
박철상(48) 광주은행 영업지원부장은 1991년부터
수출입 거래 업무 등에 종사해온 은행인.
하지만 주말이면 1만권의 장서를 소장한 연구자로 변신한다. 직장 일과 고문헌 연구를 넘나드는
'이중생활'을 25년째 하고 있는 그가 최근 조선시대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를 묶은 '서재에 살다'
(문학동네)를 펴냈다.
박 부장은 2002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완당평전'에 숨어 있는 오류를 지적한 글로 학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재야의 고수'다.
2007년에도 추사 김정희의 금석학 연구서
'해동비고(海東碑攷)'를 고서점에서 찾아낸 뒤
논문을 통해 의미까지 풀어냈다.
지금까지 발표 논문만 30여편.
지난해 '조선시대 금석학 연구'로 계명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아내와 두 딸에게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한 점이 항상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문을 배웠다.
경영학을 전공한 뒤 입행(入行)했지만,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고문헌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금융기관이 퇴출 위기에 내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죠.
제게는 좋아하던 공부가 답이었어요."
이번 책은 박지원·정약용·김정희 등 조선 후기 선비들의
서재 이야기를 담았다.
이덕무는 한겨울에는 집 안이 추워서 잠들 수 없을 만큼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논어'를 병풍처럼 쌓고 '한서'를 이불처럼 덮고
책을 읽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간서치(看書癡·책만 보는 바보)'라는 놀림을 받았다.
4만권에 이르는 장서를 소장했던 심상규와 102개의 벼루를 모았던 조희룡까지
책과 문방사우(文房四友)에 심취했던 당대 선비들을 재조명했다.
박 부장이 서른평 남짓한 아파트의 가장 작은 방에 마련한 자신의 서재에 붙인 이름은
'수경실(修綆室)'. '긴 두레박줄의 방'이라는 뜻으로 '장자(莊子)'에서 가져왔다.
그는 "옛 학문이라는 '깊은 우물물'을 긷기 위해서는 끈질긴 공부라는 '긴 두레박줄'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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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독 해군력 경쟁이 전쟁 불렀다
(출처-조선일보 2015.01.03 유석재 기자)
1차 세계대전의 기원
박상섭 지음 | 아카넷 | 404쪽 | 2만5000원
사라예보란 도시가 현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대개 그곳에서 일어난 두 가지 일은 알고 있을 것이다.
1973년의 '탁구'와 1914년의 '총성'. 후자는 슬라브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를
저격한 사건으로, '발칸의 화약고'에 불을 붙여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세계사 상식이다.
과연 그게 전부였던가?
전쟁 수행을 위해 사회의 잠재적 자원이 총동원된 '최초의 총력전'이자 민간인 제외
사상자만 1000만을 낸 이 대전(大戰)은 결코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서울대 명예교수(외교학)인 저자는 이 전쟁이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한
'장기간의 숙성(熟成) 과정'을 거쳐 발화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기존의 패권국 영국과 신흥 강대국 독일 사이의 대립이었으며,
또 하나는 발칸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영·독의 대결은 각국의 해군력 강화와 1차 모로코 위기로 이어졌고,
발칸에서는 피압박 민족의 독립 움직임이 고조됐다.
긴장 속에 요동치는 전전(戰前)의 국제 질서는
21세기 독자에게도 어딘가 낯설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