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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6] 아프간 같지 않기를

조선일보 2021. 08. 25. 03:03 탈레반은 큰 집을 찾고 있었다더구나. 그들은 하산에게 집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자기들이 들어와 살겠다고 했대. 하산이 다시 항의를 했지. 그랬더니 거리로 끌고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하고는 뒤통수를 쏴 죽였다는구나. 하산의 아내 파르자나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자, 그녀도 쏴 죽였단다. 그자들은 그게 정당방위라고 했단다.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중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다. 대통령은 돈 보따리를 싸들고 일찌감치 도망갔고, 국민은 각자도생해보겠다며 공항으로 달려가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은 총을 들고 거리로 나가 전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 저항할 수 없도록 시민들을 위협하며 여성 혼자 집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5] 귀 기울여 듣던 모모는 어디로 갔을까

조선일보 2021. 08. 18. 03:02 숱한 밤, 모모는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아치 지붕처럼 얹고 있는 옛 극장 터의 둥근 돌 의자에 앉아 거대한 정적에 귀를 기울였다. 모모는 마치 별세계를 향해 귀 기울이고 있는 커다란 귓바퀴의 한가운데 앉아 있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러면 야릇하게도 심장을 깊숙이 파고드는, 나지막하고도 힘찬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 미하엘 엔데 ‘모모’ 중에서 며칠 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지인의 글이 특정 사상을 가진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무리로 몰려와 글 쓴 사람을 조롱하고 비웃고 인격적으로 모욕했다. 다시는 생각도 하지 말고 글도 쓰지 말라는 식의 언어폭력이 난무했다. https://news..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4] 서부 전선, 정말 이상 없나?

조선일보 2021. 08. 11. 03:01 공격, 연습, 돌격, 반격. 간단한 이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던가! 이 부대는 지난해 징집된 어린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고, 전선에 투입되기 전 이론적인 것만 약간 배웠을 뿐이었다. 진지전은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데 이들은 유산탄과 포탄도 제대로 구별할 줄 모르기 때문에 쉽게 목숨을 잃는다. - 레마르크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중에서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지인의 별명은 놀부였다. 욕심 많고 심술궂고 남 잘되는 꼴 못 보고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아서 학교에선 늘 1등이었는데 시험 때만 되면 라이벌 친구를 꼬여내 밤늦게까지 놀았다.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 거라며 느긋한 척했..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3] 금메달보다 빛난 신사의 품격

조선일보 2021. 08. 04. 03:00 신사의 존재는 외투의 맵시가 아니라 태도와 발언과 몸가짐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백작이 말했다. “신사라면 손님을 먼저 대접했을 겁니다. 신사라면 포크를 들고서 손짓을 하지는 않겠지요. 입에 음식을 문 채로 얘기하지도 않을 테고요. 신사라면 대화를 시작할 때 자기 자신부터 소개할 겁니다. 자신이 손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경우라면 특히 더 그렇지요.” -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중에서 지난 7월 22일 도쿄올림픽 축구 1차전, 뉴질랜드와 벌인 경기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0대1로 패배했다. 경기가 끝나고 승리 골을 넣은 상대편 선수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을 때 우리 팀 선수는 거절했다. “진 게 너무 실망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52] 스타워즈-새로운 희망 I 무한한 마음의 힘 ‘포스’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이코노미조선 407호 2021년 08월 02일 우주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별, 꿈 많은 청년 루크는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지만 눈앞의 현실은 메마른 사막뿐이다. 우주 비행사의 재능이 있는데도 큰아버지는 농사만 지으라 하고 상급 학교에도 보내주지 않는다. 마음은 이곳을 떠나 드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다그치는데 루크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기사 전문(全文)은 아래 링크로 해당기사와 연결됩니다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52] 스타워즈-새로운 희망 | 무한한 마음의 힘 ‘포스’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지금도 어디선가 우주의 균형을 지켜내기 위해 사악한 포스와 싸우고 있는지도, 어쩌면 제다이의 운명을 살아갈 또 한 명의 루크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제다이의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2] 진실은 언제나 부메랑처럼

조선일보 2021. 07. 28. 03:03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야. 우리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지. 그런데 떠나버리지 않은 이유는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 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이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 제임스 M. 케인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중에서 2017년 드루킹의 대선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2년 실형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되었지만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판결 후 기자들 앞에 선 김경수는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말로 결백..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1] 알고도 안 하고 몰라서도 못 하고

조선일보 2021. 07. 21. 03:02 TV를 통해 전 인류에게 외계인의 인사를 전할 자리가 준비되었다. 외계인은 진심 어린 호의를 담아 지구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랑한 음성으로 읽었다. “야, 이 더러운 원숭이 새끼들아. 우리가 이렇게 찾아와서 떫냐? 못생긴 상판대기를 하고 서 있는 네 놈들, 꼴도 보기 싫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싹 다 죽어버려라!” - 호시 신이치 ‘우호 사절’ 중에서 ‘NO 재팬! 가지 않습니다!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 같은 반일 운동의 구호가 집권 기간 내내 여기저기서 들린 결과였을까. 우리나라 권력 수장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되는 것이 당연하기에 정상회담을 바랐지만 그 결과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0] 페스트에도 이득 본 사람 있었다

조선일보 2021. 07. 14. 03:02 “다 소용 없을 겁니다. 페스트는 정말 세니까요.” 그러고 나서 코타르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죠, 난 페스트 안에 있는 게 더 편해요. 그런데 내가 왜 그걸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타루는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 “아, 내가 깜빡 잊었네요. 페스트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벌써 체포되었으리라는 것을요.”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됐다. 낮에는 4인, 저녁 6시부터는 2인의 동행만 허락된다. 한 지붕 식구 말고는 직계가족과 백신 접종자라도 예외는 없다. 행사, 모임, 집회 모두 금지다. 확진자 수가 많다고는 해도 대부분이 완치되고 사망자도 거의 없다.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