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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가족 이야기[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동아일보 2022. 01. 04. 03:03 어느 노부부의 여행을 통해 변화하는 전후 일본의 가족 관계와 인생 문제들을 담담히 그려낸 ‘동경이야기’(1953년)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걸작으로 꼽히며 세계 영화사에서 명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2012년 영국영화연구소(BFI)에서 발간하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 잡지 역대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 감독들이 1위로 선정했다. 오노미치에 살고 있는 노부부 슈키치(류 지슈)와 도미(히가시야마 지에코)가 출가해서 도쿄에 살고 있는 자식들 보러 여행을 간다. 기차 타고 꼬박 하룻밤과 반나절이 걸리는데 중간에 오사카 역에서 막내 아들 게이조(오사카 시로)가 잠깐 나올 정도로 그들한테는 드문 여행이다. 도쿄 변두리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장남 고이치(야마무라 소)의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3]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연말

조선일보 2021. 12. 29. 03:03 여기에 다시는 오지 마십시오. 절대 나를 찾지 마시오. 왜냐하면 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확률이 아주 높거든요. 부탁입니다. 만에 하나 길에서 만나도 모르는 척합시다. 인사도 건네지 맙시다. 없는 사실도 억지로 지어내는 때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나는 당신과 만난 일도 없고 한 번도 본 적도 없으며, 당신도 날 만난 적이 없는 겁니다. - 아지즈 네신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중에서 내란 선동죄로 8년간 복역해온 이석기 전 통진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가석방되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한명숙 전 총리도 복권되었다. 5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년 특사로 석방된다. 임기 말에 이른 현 정권의 결정과 그..

구두장이와 가난한 부부를 감동시킨 선물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2021. 12. 25. 00:10 ■ 성탄절 아침의 성찰 늙은 청소부, 거리의 여인, 소년.. 따뜻이 보살핀 구두장이의 선행 하루 세 번이나 만난 예수 모습 생머리와 시곗줄 바꾼 사랑 선물 고장난 오르간 덕에 탄생한 캐럴 전쟁 중 '크리스마스 휴전'까지 고두현 논설위원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면서는 부부 사랑의 참뜻을 생각한다. 젊은 부부 짐과 델라에게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가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크리스마스 날, 델라는 남편에게 근사한 시곗줄을 선물하고 싶지만 돈이 1달러87센트밖에 없다. 고민하던 그녀는 긴 생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시곗줄을 사 온다. 그 사이에 짐은 ‘가보’인 시계를 팔아 아내의 긴 머리를 묶을 장식빗을 사 들고 온다. 기막힌 상황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내..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2] 추리소설보다 미스터리한 정치

조선일보 2021. 12. 22. 03:02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네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들이 재선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잃고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재닛은 양손을 맞잡아 깍지를 끼고 힘겹게 질문했다. “아버지를 내버려 두었다면 정말 폴을 쐈을까요?” “그랬을 겁니다. 법이 심판할 수 없는 죽음을 위대한 노정치인이 대신 갚아주었다며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테니까요.” - 더실 해밋 ‘유리 열쇠’ 중에서 아들의 불법 도박, 불법 마사지 업소 출입 및 성매매 의혹, 그리고 배우자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여야 대선 후보들이 해명과 사과를 하느라 정치권이 번잡하다. 국정 책임자가 되려면 검증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들은 가족에 대해 몰랐을까? 절대 드러날 리 없다고, 터져..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0] 백신 접종, 밀어붙이기만으로는 안 된다

조선일보 2021. 12. 08. 03:02 이것은 당신들의 죄가 아니다. 당신들은 환자다. 그러나 기뻐하라. 당신들은 완벽해지고, 기계와 동등해지고, 백 퍼센트 행복으로 향한 길이 열린다. 모두들, 노소를 막론하고 서둘지어다. 서둘러 ‘위대한 수술’을 받을지어다. 위대한 수술이 시술되고 있는 강당으로 빨리 갈지어다. 위대한 수술 만세! 단일제국 만세! ‘은혜로운 분’ 만세!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마친 ‘우리들’ 중에서 이번 주부터 백신 패스가 없으면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 청소년도 내년 2월부터 도서관?학원 등의 출입이 금지된다.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 급증과 변이 대응을 위해 예방접종에 꼭 참여해 달라”고 했다. 3차 접종은 물론 미접종자 및 중?고등학생에게도 백신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정..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9] 현충원에 묻히지 못한 두 전직 대통령

조선일보 2021. 12. 01. 03:04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는 뒤에 남았다. 물론 다른 누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비통해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 또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진정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 필립 로스 ‘에브리맨’ 중에서 약 한 달 간격으로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고인과 유족이 원했을 국립현충원에는 안장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에 대해 그들이 사과해야 했다고 끊임없이 외친다. 마치 단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처럼. 자기들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소설 주인공은 오늘..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57> 인생]인생, 연약한 인간의 쓸쓸하지만 대견한 삶의 기억

이코노미조선 422호 2021년 11월 29일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는 운명과 거센 역사의 파도 속에서, 나뭇잎에 매달려서라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 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영화는 국공내전을 거쳐 공산당이 집권하게 된 이후의 혼란까지, 중국의 격변기를 살아낸 한 남자와 그의 가족을 통해 모진 시대의 아우성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삶과 개인의 희망을 그려나간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6&page=1&t_num=13611888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인생]인생, 연약한 인간의 쓸쓸하지만 대견한 삶의 기억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인생 인생, 연약한 인간의 쓸쓸하지만 대견한 삶의 기억 김규나의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8]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조선일보 2021. 11. 24. 03:04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이 뭐지?” “공산주의를 실현하고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는 겁니다.” 그녀가 미지근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치 석탄불 위에 옅게 올려진 얼음과도 같았다. 류롄이 솔직하게 대답하라며 다시 한번 정색하고 물었다.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은 뭐지?” “승진입니다.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데려왔으면 합니다.” -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에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이 화제다. 그는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국민교육헌장의 문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친여 성향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피해와 불쾌감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