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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여름은 끝났다

조선일보 2022. 04. 06. 04:36 살이 쪘다. 2년 만에 몸무게가 20kg이나 늘었다. 예전엔 누가 몸무게를 물어보면 “전성기 케이트 모스 몸무게”라고 답하곤 했다. 케이트 모스는 깡마르기로 유명했던 1990년대 모델이다. 1990년대에는 말라 비틀어진 퇴폐적 분위기의 모델이 인기를 누렸다. 패션계는 그걸 ‘헤로인 시크(Heroin chic)’라고 불렀다. 풀이하자면 ‘헤로인 중독자적 우아함’ 정도가 될 것이다. (중략) 인간의 두뇌는 가장 마지막으로 늙는다. 육체의 변화를 인식하기를 기어이 거부하다 가끔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가동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라 꾸짖는다. 어쩌면 우리는 두뇌와 육체의 간극 사이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젊음의 이미지를 끝내 놓지 못한 채 늙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5] 경호원들의 활약이 빛난 순간

조선일보 2022. 03. 30. 03:05 “왕이시여! 제 친구 핀티아스 대신 저를 감옥에 가두시고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일들을 정리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핀티아스가 약속한 대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그가 제날짜에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그를 대신해 죽겠습니다.” - 제임스 M 볼드윈 ‘5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수록 ‘핀티아스와 다몬의 우정’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의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소주병이 날아왔다. 범인의 이상행동을 먼저 알아차린 경호원이 “기습이다” 하고 소리쳤고 재빠른 방어에 나선 덕에 큰 피해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지켜..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4] 부패한 정치인이 가는 지옥

조선일보 2022. 03. 23. 03:04 단테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운 탐관오리들을 본다. 그들은 펄펄 끓는 역청 속에 잠겨 벌 받으면서 무시무시한 악마들의 감시를 받는다. “이놈이 관리였어. 거기는 죄다 도둑놈들이지. ‘아니오’도 돈이면 금방 ‘네’로 바뀌거든.” 마귀는 죄인을 밑으로 던지고는 소리를 질렀다. “쇠갈퀴가 싫으면 역청 위로 대가릴 내밀지 마!” 그러더니 백 개도 넘는 쇠갈퀴로 그를 찔러댔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중에서 청와대가 시켜 먹은 호텔 도시락이 얼마짜리인지, 배우자의 몸치장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쓰였는지 알려줄 수 없단다. 현 정부가 특수활동비 등의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했다. 공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

[논설실의 서가] 번영을 위한 지름길

디지털타임스 2022. 03. 20. 18:45 선택할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민병균·서재명·한홍순 옮김/ 자유기업원 펴냄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는 자유 시장경제제도의 바이블이라 할 만한 책이다. 개인이 선택할 자유를 존중하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책이야말로 인류를 번영케 한다고 역설한 밀턴 프리드먼의 대표작이다. 책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책을 지배해왔던 규제자본주의적 케인지안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가를 실증과 논리로 파헤쳤다. 총 10장 가운데 마지막 장에서 '조류는 변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세계는 1980년 1월 책 출간에 즈음해 변하기 시작했다. 1979년 5월 영국에서 마가렛 대처가 등장했고 1981년 1월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3] 청와대 터의 운명

조선일보 2022. 03. 16. 03:03 게르만은 미끄러져 들어온 하얀 여인이 죽은 백작 부인임을 알아보았다. “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가 말했다. “네 청을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아서 왔어. 3, 7, 1을 차례로 걸면 이길 거야. 하루에 카드 한 장 이상은 걸지 않아야 하고 이후에는 일생 동안 도박을 해선 안 돼. 또 네가 내 양녀 리자베타와 결혼한다면 날 죽게 만든 걸 용서해주겠어.” - 푸시킨 ‘스페이드의 여왕’ 중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집무실과 관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화문은 대규모 시위 공간이 된 지 오래다. 또한 경호나 비서진 실무 공간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현 정부도 실행하지 못한 공약이었다. 게르만은 사교계의 늙은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2] 선거 개표의 밤을 앞두고

조선일보 2022. 03. 09. 03:03 마녀들 - 맥베스 만세, 글램즈 영주 만세! 맥베스 만세, 코더 영주 만세! 맥베스 만세, 곧 왕이 되실 분 만세! 뱅쿠오 장군 - 만약 너희가 시간의 씨앗을 들여다볼 수 있어, 어떤 씨가 자라고 자라지 않을지를 안다면 내게도 말해다오. 마녀들 - 맥베스보다는 못하나 더 위대하도다. 맥베스보다는 못하나 더 행복하도다. 왕이 되지는 못하나 후손이 왕이 되리니. - 셰익스피어 ‘맥베스’ 중에서 교차로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길을 물었다. 답을 하고 나란히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유튜브에서 여당 후보의 욕설을 들어봤냐고 내게 물었다. 그런 사람이 어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은 여당 지지자였는데 그의 고민은 좀 더 현실적이..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61> 이중배상] 돈과 미녀 그리고 살인의 유혹

이코노미조선 2022. 03. 07. 19:08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대개 복수심과 돈 그리고 여자다. 원한 때문이라면 살인이 목적이 된다. 돈과 미인이 목적이면 살인은 수단이다. ‘저 인간만 치워버리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세계에서 범죄를 파묻을 수는 있을지언정 일반인의 완전범죄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1938년 7월의 늦은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는 보험사 건물 앞에 택시가 멈추고 남자가 내린다. 코트를 어깨에 걸친 뒷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사무실의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제야 남자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난다. 코트를 벗은 그의 왼쪽 어깨에는 피가 얼룩져 있고 얼굴에는 땀이 흥건하다. 한 손으로만 ..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60] You only have to forgive once

조선일보 2022. 03. 05. 03:05 용서는 한 번이면 된다 셔본 부부가 원망스럽지만 그들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알게 된 해나는 법정에서 어떻게 진술할 것인지 갈등하다가 늘 밝던 남편 프랭크의 말을 떠올린다. “누굴 증오하려면 매일같이 평생 해야 하지만 용서는 한 번만 하면 돼(To resent you have to do it all day, every day, all the time. You only have to forgive once). 해나는 마지막 결정을 위해 톰이 갇힌 감옥으로 향한다. https://news.v.daum.net/v/20220305030525221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60] You only have to forgive once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