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1246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4] 은사(隱士), 사무치는 고독을 견디는 사람

(출처-조선일보 2013.02.19 손철주 미술평론가) 첩첩산중에 바위들이 덧나고 포개졌다. 늘어선 모습이 매우 사납다. 산은 살집을 다 발라내고 뼈다귀만 추려낸 꼴이다. 이것을 일러 '동골(冬骨)'이라 하니, 곧 겨울 산수화(山水畵)의 전형이다. 산 아랫도리에 꼽사리 같은 초가 세 채는 디귿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3] 농사꾼의 아내는 서산에 해 져야 비로소 호미를 씻네

(출처-조선일보 2013.02.05 손철주 미술평론가) 흙내 풍기는 시골 여인이 들판에 서 있다. 고개 돌려 어딘가를 골똘히 지켜보는 뒷모습이다. 얼굴이 안 보여 그럴까, 겉에 입은 일옷에 눈길이 먼저 간다. 선바람으로 나선 매무시가 분명한데, 차림차림이 뜯어볼수록 야무지다. 머리에서 발끝..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2] 후다닥 벗어던진 신발 뒤편, 흐드러진 봄날이 숨었구나

(출처-조선일보 2013.01.28 손철주 미술평론가 ) 소한과 대한을 다 넘겼다. 추위가 끈덕져도 입춘이 코앞에서 서성거린다. 하마 봄이 그리우니 봄 그림 하나를 봐야겠다. 기둥에 글씨가 있다. 떡하니 써 붙이기를, '사시장춘(四時長春)'이다. '사철 내내 봄날'이란 말씀이렷다. 배경은 살림집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1] 졸렬한 듯 오만, 속 좁은 듯 굳나니… 나는 선비다

(출처-조선일보 2013.01.20 손철주 미술평론가) 머리에 쓴 복건 속으로 상투관과 망건이 비친다. 빛 고운 옥색 도포가 앉음새에 따라 주름졌다. 손때 묻은 책상은 나뭇결이 살아있고, 좌우에 놓인 책갑(冊匣) 사이로 책 한 권과 끈 달린 안경, 거북 껍질 무늬로 장식한 두루마리 등이 나란하다..

손철주의 옛 그림 [39] 새 해가 뜬다, 세상이 기지개를 켠다

(출처-조선일보 2013.01.01 손철주 미술평론가) 어둠이 덮여도 빛은 기어코 돋는다. 해는 오래됐지만 그 빛은 나날이 새롭다. 어제 본 해라도 새해 새 아침을 여는 해는 유난히 벅차다. 오늘의 사람은 옛적 해를 보지 못해도 오늘의 해는 일찍이 옛적 사람을 비췄으니, 일출(日出)을 맞는 느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