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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지마~!” 살인사건 현장 있던 앵무새 ‘발언’, 법정 증거 채택 검토

바람아님 2016. 6. 28. 23:39

동아일보 2016-06-28 14:56:00

사진출처=Alamy

“쏘지마~!”

앵무새의 '발언'이 법정 증거로 채택이 될 수 있을까.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로버트 스프링스테드 검사는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버드’의 “쏘지마” 라는 소리를 법적 증언으로 제시 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발생했다. 앵무새의 주인인 마틴 듀람이 다섯 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는데 당시 듀람 옆에는 부인인 글레나 듀람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처음엔 글레나도 피해자로 봤지만 사건 발생 전에 친척에게 유서를 남긴 사실이 드러나 가해자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 조사 당시 글레나는 “사건에 대해 기억나는 게 없으며 병원에 실려간 사실 밖에는 기억 나는 게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글레나가 범인이라는 의심을 키우된 계기가 생겼다. 바로 듀람이 키우던 앵무새의 반복된 소리 때문. 사건 이후 듀람의 전처인 크리스티나 갤러는 듀람이 기르던 앵무새를 대신 맡아 키우게 됐는데, 어느 날부터 앵무새가 사건 당일의 남녀간의 대화를 재연하듯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앵무새는 낮은 남성의 목소리로 “나가버려(Get Out)”라고 한 뒤 높은 여성의 목소리로 “어디로 가란 말야(Where Will I Go)”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자 목소리로 비속어를 섞어 “쏘지마(Don’t FXXXXing Shoot)”라는 소리를 반복했다.

크리스티나 갤러는 “이 앵무새가 전 남편의 말을 흉내내고 있다. 앵무새는 뇌에 각인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듀람의 부친인 찰스 듀람은 “나는 앵무새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기억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정 증거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언어의 마술사’라 불릴 정도로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마이클 윌시 변호사는 앵무새의 소리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앵무새가 텔레비전 등 다른 곳에서 그런 말을 배웠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지방검사인 스프링스테드는 앵무새의 ‘증언’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앵무새의 말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앵무새 발언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자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3년에 산타로사에서 그레이라는 남성이 사업 관계로 한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됐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맥스’가 있었는데 앵무새가 “안돼, 리처드. 안돼”라고 되풀이했다고.

당시 변호인 측은 앵무새가 ‘리처드’를 외친 것으로 볼 때 그레이가 무고한다며 앵무새의 발언을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했지만 법정이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 그는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