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5-5-22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 며칠 전 서울 수유동 한신대 신학대학원 앞을 지나다가 보게 된 현수막이다. 정문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연꽃과 불탑 그림 아래 '불기 2559년 사월초파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22대 학생회'라고 적혀 있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은 화계사와 울타리 하나를 사이로 이웃하고 있다. 화계사(불교)와 송암교회(개신교), 수유1동 성당(천주교)은 해마다 이 학교 운동장에서 '난치병 어린이 돕기 종교연합 바자'를 공동 개최한다. 부활절에 화계사는 교회와 성당에 축하 화분을 보내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수유1동 성당과 송암교회도 축하 플래카드를 건다.
사랑과 관용을 가르치는 게 종교라지만, 종교 때문에 전 세계에서 전쟁과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은 다종교사회임에도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편이다. 요즘 종교계에서는 '타 종교' 대신 '이웃 종교'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지도자들이 함께 이웃 종교의 성지(聖地)를 순례하고, 서로 간에 명절을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이젠 스님과 목사와 신부·수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한국이 이처럼 모범적인 다종교 사회가 된 것은 과거 뛰어난 종교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청담 스님은 생전에 종교의 틀을 넘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 개원법회에도 참석했다. 법정 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했다.
물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불상파괴 등 종교갈등이 문제가 될 때도 있었다. 최근엔 지리산의 개신교 선교사 유적지 근대문화유산 지정에 대해 불교계가 반발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이름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교황청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계 불자들에게 "불자와 그리스도인들이 현대의 노예살이와 인신매매에 함께 맞서자"는 내용의 경축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모든 종교가 힘을 합쳐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불의에 맞설 때 이 땅에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해질 것이다. 다시 부처님오신날이다.
<김석종 논설위원>
사랑과 관용을 가르치는 게 종교라지만, 종교 때문에 전 세계에서 전쟁과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은 다종교사회임에도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편이다. 요즘 종교계에서는 '타 종교' 대신 '이웃 종교'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지도자들이 함께 이웃 종교의 성지(聖地)를 순례하고, 서로 간에 명절을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이젠 스님과 목사와 신부·수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한국이 이처럼 모범적인 다종교 사회가 된 것은 과거 뛰어난 종교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청담 스님은 생전에 종교의 틀을 넘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 개원법회에도 참석했다. 법정 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했다.
물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불상파괴 등 종교갈등이 문제가 될 때도 있었다. 최근엔 지리산의 개신교 선교사 유적지 근대문화유산 지정에 대해 불교계가 반발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이름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교황청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계 불자들에게 "불자와 그리스도인들이 현대의 노예살이와 인신매매에 함께 맞서자"는 내용의 경축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모든 종교가 힘을 합쳐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불의에 맞설 때 이 땅에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해질 것이다. 다시 부처님오신날이다.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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