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16 김미리 기자)
[문화역서울 284의 변신, '은밀하게 황홀하게'展]
빛 활용한 미디어 아트 등 140점, 전시용 벽 없어 옛 공간 드러나
역장실, 벽·천장 오가는 영상作… 2층 양식당엔 파리 풍경 펼쳐져
신수진 예술감독 부임 첫 전시 "驛舍 완공시 발달한 예술서 착안"
지난 3월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에 임명된 사진심리학자 신수진(47)씨는 공간을 맡자마자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글부터
- (사진 위)옛 서울역의 귀빈실이었던 공간에 작가 이상진의 작품 ‘라이팅 토크’가 설치된 모습. 가벽이 전혀 없어 원래 건물의 벽면과 장식이 그대로 보인다.
- 자연스레 공간 자체가 새로운 작품이 됐다. (사진 아래)옛 서울역사를 개조해
- 만든 문화역서울 284 외관. /문화역서울 284 제공
빛을 활용하는 사진, 회화, 미디어 아트 140여 점(8개국 31팀)이 전시됐다.
1층 귀빈예비실이었던 공간엔 사진가 민병헌의 작품 '스카이' 시리즈가 있는 듯 없는 듯 벽면에 붙어 있다.
- 조덕현의 설치 작품 ‘모성’. 옛 서울역이 성당같이 연출됐다.
- /문화역서울 284 제공
압권은 국내 최초의 양식당 '서울역 그릴'이 있던 2층.
낡은 벽난로 위로 벽면과 천장을 타고 프랑스 영상 작가 스테노프에스가 찍은 파리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에 앉은 채 벽면으로 흐르는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한참이나 넋 놓고 봤다.
앙드레 케르테츠, 만 레이 같은 거장의 사진이 소박해 보일 만큼 강력한 작품이다.
독일 사진가 베른트 할프헤르의 작품이 걸린 조리실 벽엔 음식 운반용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가벽을 걷자 이전 전시들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보석 같은 디테일이 하나씩 살아났다.
사각지대였던 계단도 전시 공간이 됐다.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엔 말라비틀어진 낙엽 같은 작가 함진의 설치물 '도시 이야기'가,
2층 계단엔 작가 그룹 '뮌'(최문선, 김민선)이 작은 사람 모형을 붙여 만든 조명 '그린 룸'이 걸려 있다. 각 공간을 최적화된
맞춤형 작품으로 채운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다만 원래 공간의 용도를 알려주는 설명이 없는 건 아쉽다.
내부의 빛을 잘 보려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은 차단해야 한다.
햇빛을 차단하는 특수 필름지를 창에 붙여 내부를 어둡게 했다.
작은 차이지만 집중도는 한층 더 높아졌고, 이 여름 예술과 함께하는 의외의 피서지가 됐다.
더운 날 서울역에서 여행 떠나기 전 시원한 공간에서 예술과 함께 워밍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여행과 함께하는 예술. 이것이야말로 문화역서울 284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 아닌가. 7월 4일까지. (02)3407-3500
문화역서울 284 '은밀하게 황홀하게'展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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