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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게리 위노그랜드 사진전]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전

바람아님 2015. 7. 2. 16:09

(출처-조선일보 2015.07.02 김미리 기자)

[美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게리 위노그랜드 사진전]

15만 필름 속 수수께끼 여인… 한국 전시장 벽 위에 걸리다

보모로 살아왔던 여자, 마이어… 카메라에 담긴 또 다른 삶 공개
동시대 거리사진가 게리 전시도

입주 보모(保姆)와 사진가라는 두 직업에 공통된 미덕이 있다면 있어도 없는 듯 존재 감추기에 능해야 한다는 것 아닐까. 
남의 집에 얹혀살며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지만 그들의 삶엔 개입하지 않는 이가 보모요, 
렌즈로 대상을 담지만 그 대상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이가 사진가다.

이 엉뚱한 연결 고리를 끄집어내게 된 건 순전히 비비안 마이어(1926~2009)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평생 이름 없는 보모로 살다가 죽고 나서 별안간 '스타 사진가'가 된 여인이다. 
그녀의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2015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에 오르고 
관련 서적이 쏟아지며 '비비안 현상'까지 생겼다. 
그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서울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2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리는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전이다.


	비비안 마이어가 쇼윈도 속 거울에 반사시켜 찍은‘셀카’(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아이(아래 왼쪽).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거리 사진)' 전문가인 게리 위노그랜드가 찍은 '여성은 아름답다(Women Are Beautiful)'(아래 오른쪽).
비비안 마이어가 쇼윈도 속 거울에 반사시켜 찍은‘셀카’(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아이(아래 왼쪽).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거리 사진)' 전문가인 게리 위노그랜드가 찍은 
'여성은 아름답다(Women Are Beautiful)'(아래 오른쪽).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 제공(말루프 컬렉션 소장)
시카고 교외에서 일하던 마이어는 아이 돌보는 일과가 끝나면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시카고 시내로 향했다. 
언제나 목엔 12장만 찍을 수 있는 이안(二眼) 리플렉스 카메라 '롤라이플렉스'가 걸려 있었다. 
뷰파인더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조로 된 카메라였기에, 그녀의 시선은 사람들을 직시할 필요가 없었다. 
렌즈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사람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다. 
삶에 찌든 중년 여인, 술에 취한 뒷골목 부랑자의 모습이 일기처럼 필름에 차곡차곡 쌓였다. 
외로운 군상 속에 자신도 구겨 넣었다. 그녀에게 카메라는 삶의 보관소였다.

이렇게 쌓인 사진이 15만장에 달했지만 인화한 건 거의 없다. 
마이어는 돈 없어 인화하지 못한 필름을 개인 보관 창고에 신줏단지 모시듯 모아뒀다. 
그러나 2007년 창고 사용료를 내지 못할 신세가 되고 창고 속 사진은 경매에 부쳐졌다. 
마이어는 이 사실을 모른 채 2009년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이번에 온 작품은 이렇게 경매에 부쳐진 필름 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진들이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만든 감독 존 말루프가 소장한 작품 100여점과 마이어가 직접 찍은 영상 9점이다. 
말루프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역사책을 쓰려고 시카고 한 경매장에서 현상되지 않은 다량의 필름을 산 이후 
사진이 뭔가 범상치 않음을 직감하곤 네거티브 필름 100여장을 스캔해 이베이에 올렸다. 
이 사진을 본 유명 비평가 앨런 세쿨라가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라고 조언한 걸 계기로 말루프는 마이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마이어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찍었다. 그렇기에 철저히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 상영 중인 마이어의 일대기를 다룬 70분짜리 BBC 다큐멘터리를 보길 권한다. 
그녀가 돌보고 카메라에 담았던 아이들, 필름을 샀던 카메라 가게 주인, 자주 갔던 영화관 매니저가 등장한다.

미술관에선 동시대의 미국 사진가 게리 위노그랜드'여성은 아름답다'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미술관 측은 무명의 보모로 살았던 마이어와 생전에 유명 사진가로 승승장구했던 위노그랜드의 삶, 
여성과 남성의 시선 차를 대비시켜 감상할 수 있도록 두 사진전을 함께 기획했다. 
그러나 마이어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워낙 뜨거워 위노그랜드의 사진엔 눈길이 잘 안 간다. 
살아생전 인생의 성패는 결국 덧없다는 것, 이 전시가 주는 숨은 교훈이다. 
문의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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