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과 노동개혁 5개 법안 등은 본회의 처리안건 목록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무위로 끝났다. 임시국회 회기가 내년 1월 8일까지이지만 정치권은 연초부터 총선 준비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쟁점법안 처리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쟁점법안들을 둘러싸고 여야가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동안 일몰 시한이 도래한 민생법안들은 아예 폐기될 운명이다.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규제하는 대부업법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이번에 개정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는 일몰법이다. 이제 대부업체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고금리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높여줄 기업 구조조정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선거구 획정 문제는 정치권 무능력의 결정판이다. 이제 새해가 되면 모든 선거구는 무효가 되고 예비후보들은 법적 자격을 잃게 된다. 여야가 밥그릇 싸움만 벌이다 입법부 비상사태가 현실화했다. 물론 선관위가 기존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것도 편법에 불과하다. 여야는 협상을 통해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7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방안에는 의견이 접근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을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치 신인들은 선거구 부존재로 예비후보 자격을 잃은 상태에서 선관위 묵인하에 불법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이들은 총선 일정 연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은 오히려 선거구 무효 상황을 즐기고 있다.
우리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가 되고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비상수단을 발동하기로 했다. 직권상정은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의원들이 획정안에 반발할 경우 공직선거법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선거구 부재로 자신들의 존립 근거가 없어지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공분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표의 심판'으로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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