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2.17 임민혁 기자 이옥진 기자)
[北 핵·미사일 파장]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4] 한승주 前 외무부 장관
"사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 中에 미안해할 필요없다"
"인도 핵무기도 수백기… 中, 한국이 핵무장한다고 北을 말릴 가능성 크지 않다
美, 최근 이란 핵문제 해결돼 이제 北을 발등의 불로 인식
앞으로 강하게 北 밀어붙일 것"
김영삼 정부 때 외무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 대사를 지낸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노 대통령에게
'미안하지만 미국에는 북한보다 이란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은 "그만큼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많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란 문제가 해결됐고 또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도 이제 북한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게 됐다"며
"향후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북한에 대해 훨씬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외교·안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고 미·중 관계, 한·중 관계 균열이 커진 것은
―현재 외교·안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고 미·중 관계, 한·중 관계 균열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총체적인 위기라고 보진 않는다.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시험을 했지만
그 위협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등한시하던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고,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 경사론'을 잠재우고 '사드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 애매한 입장을 취하던 부분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런 부분은 역설적이지만 긍정적이다."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금까지 '협상'과 '채찍'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포기하도록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금까지 '협상'과 '채찍'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포기하도록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을 군사 공격할 것이 아니라면 더 강한 경제 제재로
북한의 선택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게 안 되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이 고립된 정권이라
경제 제재가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 한·미·일이 추진하는 강도의
제재라면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미국만 믿고 있을 순 없다는 지적이 있다.
"6·25 때 미국은 군사 동맹도 없고 참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만명의 군대와 막대한 군사력을 한반도에 파견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미국만 믿고 있을 순 없다는 지적이 있다.
"6·25 때 미국은 군사 동맹도 없고 참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만명의 군대와 막대한 군사력을 한반도에 파견했다.
현재는 동맹뿐 아니라 지정학적 입장에서도 한국을 방어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 일본 등 다른 동맹을 위해서라도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공갈이 두려워 한국 방어를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자위권 차원에서 독자 핵 개발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한 주장·결정 전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위권 차원에서 독자 핵 개발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한 주장·결정 전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만약 핵 개발 후에도 한·미 동맹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핵무기를 쓰기 위해서는 미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미국의 '핵우산'하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쓰는 것과 우리 핵무기를 쓰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고,
득실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국내의 핵 개발 논의가 중국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중국은 미국은 물론 옆의 인도도 수백 개의 핵무기로 자신을 겨누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핵 개발 논의가 중국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중국은 미국은 물론 옆의 인도도 수백 개의 핵무기로 자신을 겨누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핵을 갖고 연쇄적으로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중국의 우려는 양(量)적인 측면에서 좀 더 커지겠지만,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유도할 만한 질(質)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으로 '아, 북한을 세게 말려야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해 중국의 반발 수위가 높다.
"중국이 '항장무검' 고사까지 인용했던데 항장의 칼춤은 실제로 유방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지만, 사드는 방어 시스템이기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해 중국의 반발 수위가 높다.
"중국이 '항장무검' 고사까지 인용했던데 항장의 칼춤은 실제로 유방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지만, 사드는 방어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얘기다. 사드 배치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저지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이지,
우리가 갑자기 반중(反中)으로 돌아선 게 아니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할 때 중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결국은 우리의 의무이고 권리임을 중국이 납득해야 한다."
―중국이 향후 무역 보복 등에 나설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우려 때문에 하려던 것을 안 하면 우리의 자주권을 중국에 양도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제적으로 우리가 설 땅이
―중국이 향후 무역 보복 등에 나설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우려 때문에 하려던 것을 안 하면 우리의 자주권을 중국에 양도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제적으로 우리가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가 중국에 취하던 우호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만큼 대중 외교에
공을 들인 것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현재의 신(新)냉전 구도에서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북핵 위협 증대는 우리에게 한·미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필요와 명분을 줬고, 미·중 간의 패권 경쟁 노골화는 중국과의
―현재의 신(新)냉전 구도에서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북핵 위협 증대는 우리에게 한·미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필요와 명분을 줬고, 미·중 간의 패권 경쟁 노골화는 중국과의
우호·협조 관계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위 신냉전 구도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득력으로 무장해야 상대방의 인정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맞는 방향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필요했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이 핵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얘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지금 상태에서 개성공단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모순이다.
다만 일부 정책이나 발언에서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엿보이는데, 항상 '차가운 머리(cool head)'를 유지해야 한다."
[北 핵·미사일 파장]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전문가 진단 [1] 박세일 교수 "햇볕도 압박도 총체적 실패… '北내부 변화'로 정책 바꿔야" "통일은 댄스파티가 아니다… 희생이 있어야 평화도 온다"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2]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 "한국, 바로 核무장은 어렵지만 언제든지 가능한 잠재력 가져야"/주한미군 핵무기는 한국 NPT와 무관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3] 데이비드 스트로브 美스탠퍼드大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4] 한승주 前 외무부 장관 "사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 中에 미안해할 필요없다"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5] 청샤오허 中 인민대 교수 "사드 배치되면… 중국도 대응무기 東北지역 배치할 것"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6] 세이모어 前백악관 조정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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