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오후여담>정치인의 言語 품격

바람아님 2016. 2. 18. 00:34
문화일보 2016.02.16. 14:30

황성규 / 논설위원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국민은 품위 있는 정치인을 고대하고 있다. 정치권의 막말·저질 발언에 질린 탓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미국 대통령이 오늘에도 존경받는 것은 단순히 노예해방을 이끌어낸 업적 때문만이 아니다. 뛰어난 유머 감각에 재치 있는 연설로 정적(政敵)을 설득하는 뛰어난 정치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밥 돌 전 상원의원은 몇 년 전 저서 ‘대통령의 위트’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유머 감각 1순위로 링컨을 꼽았다. 2위 로널드 레이건, 3위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링컨의 재치 있는 즉흥 연설 가운데는, 1858년 미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 당시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경쟁자 스티븐 A 더글러스 민주당 후보가 먼저 링컨을 향해 ‘한 방’ 날렸다. 링컨이 식품 가게를 하던 시절에 금주법(禁酒法)을 어기고 술을 팔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링컨이 마이크를 잡았다. “유권자 여러분, 더글러스 후보의 말은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제 가게를 자주 찾던 단골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가게를 그만뒀습니다만, 그는 여전히 그 술집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라이벌의 공격을 깨끗하게 되받아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제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 경도 유머 감각이 뛰어난 정치가로 손꼽힌다. 화가이기도 하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5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한 그의 말은 여유와 자신감이 있었다. 유머와 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리 시절, 한 번은 그가 의회에 30분이나 늦게 출석했다. 무례하고 게으르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77세, 처칠의 사과 인사가 필요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안 그러려고 했는데도 늦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의원님들께서도 제 아내처럼 예쁜 여자와 산다면 아침 일찍 등원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다음부터는 회의 전날엔 각방을 쓰겠습니다.” 막말·상말에 고성이 오갈 것 같던 의사당에 여야 의원들의 폭소가 흘러넘쳤다….


정치인의 품격은 말로써 완성된다. 때로는 강경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또 때로는 재치 있고 유머 있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마디 유머로 소통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보다 상지상책은 없을 것이다. 정치인의 말에 유머와 기지(機智)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