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통일은 댄스파티가 아니다… 희생이 있어야 평화도 온다"

바람아님 2016. 2. 16. 00:25
조선일보 : 2016.02.13 03:00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전문가 진단 [1] 박세일 교수

"위기 찾아온 지금이 '天時'… 核방어와 核공격 능력까지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야
'탈북자 우리가 데려올테니 북송 말라'고 中에 얘기하라… 그러면 北 스스로 무너질 것"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표는 (고통 없이 이룰 수 있는) '댄스파티'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100년 전 대미(對美) 외교를 통한 독립운동을 거론하며 "훨씬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이뤘던 성과를 우리 정부가 본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우리 외교·안보·대북 정책의 새판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며“‘평화?통일’이 아닌‘통일?평화’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우리 외교·안보·대북 정책의 새판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며“‘평화긤통일’이 아닌‘통일긤평화’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 과거 정부들의 다양한 노력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정은까지 이어져 온 북한의 3대 세습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평화도 통일도 어렵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개방은 집단 지도 체제에서 가능했는데, 북한식 수령 절대주의 체제에서는 지도부 차원의 변화가 불가능하다.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하지 않고는 평화·통일을 위한 핵 문제를 풀 수 없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통일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오히려 '반(反)통일'이 중국의 국가 목표다. 우리의 확고한 통일 의지로 중국에게 '통일 한국이 미래의 동북아 평화 중심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 어떻게 중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 외교·안보·대북 정책의 새판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평화→통일'이 아닌 '통일→평화'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상당한 부분을 우리가 희생해야 한다. 통일이 와야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 우리 지도자와 국민이 통일하고자 하는 결단과 의지를 확실히 해야 하고, 이런 의지를 중국·미국 등에 알려야 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통일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해 한반도 평화가 올 수 있다고 굳게 믿어야 한다. 남북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 지금이 오히려 '천시(天時·하늘의 도움이 있는 시기)'이다. 우리가 더듬거리는 것을 보고 중국을 포함한 이웃나라들이 웃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이 따라오겠나.

"중국은 북한에 친중 정권, 친중 세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북한을 버퍼존(완충지대)으로 만들겠다는 확실한 중장기적 전략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에 확고한 전략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확실히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100년 전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잘 모르던 미국에 친한파 3만~4만명을 만들었다. 훨씬 나쁜 조건에서도 '조선의 독립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요람'이라는 모토로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는데, 이런 것을 지금은 왜 못 하나. '한반도 통일 없이는 미국의 아시아 평화 구상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한반도 통일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 우리가 '판을 다시 짠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우선, 핵 문제의 경우 방어는 물론 핵 공격 능력도 검토해야 한다. 전술핵,핵 개발, 핵 임대 등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 진보 정권의 햇볕정책이든 보수 정권의 대북 압박 정책이든 수단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목표가 없었던 게 문제다. 이걸 바꿔야 한다. 햇볕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원했다면, 지원과 동시에 반대급부로 인권·사상 문제를 얘기하며 진행했어야 한다. 압박 정책도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한 형식적 압박이 아니라 북한의 통치 자금을 잡는 강력한 압박이 필요했다. '분단 관리'가 아닌 '통일'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 개성공단 폐쇄 등 최근 정부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개성공단 폐쇄는 대단히 어렵지만, 이 시점에서 잘한 결정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한 가지 결정을 더 해야 한다. 중국에 가서 '탈북 동포들을 다 남한에 데려올 테니 북송(北送)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송하지 말라'고만 하고 중국에 떠도는 탈북자 수십만명을 남한으로 데려온다는 말은 안 했다. 무책임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가 탈북자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중국에 얘기하면 북한은 주민들로부터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 탈북자들이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 해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지금 우리나라에만 탈북자가 3만명 있다. 수시로 북한을 방문하고 돈을 부치는 조선족도 50만명 정도 있다. 휴대전화로 북한의 친지들과 전화도 하지 않나. 조직적으로 사상전, 홍보전을 통해 희망 메시지를 주면 통일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닥부터 시작해 북한 중견 간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탈북자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남한에 오고 나서 '북한 인권 문제 관심 없더라' '통일 문제에 관심 없더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현실이다. 결국 우리 때문에 통일 못 하는 거다."

― 이렇게 새판을 짜면 어려움도 상당히 많이 따르지 않겠나.

"불가능해 보일 때 새로운 역사가 창조된다. 우리가 산업화·민주화를 일군 것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해낸 것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고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지도자와 국민은 절대 용기를 잃어선 안 된다. 그런 용기를 바탕으로 확고한 결단을 내리면 미국·중국도 따라올 것이다. 통일을 해도 우리 의지로 해야 한다."



靑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약속 깰수 없어"

서울경제 2016.02.15. 18:15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의 핵 보유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적인 핵을 가져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깨뜨릴 수 없다"며 일축하는 기류가 강하다.

15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내용인데 이를 위반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리나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 정리한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으로 알고 있다"며 핵무장론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지난 1991년 12월31일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핵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 금지, 핵무기의 시험·생산·보유·사용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며 "국제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 신뢰와 약속 이행인데 이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