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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분기] 값싼 석탄 채굴 비용… 우연이 빚은 英 제국의 탄생

바람아님 2016. 3. 27. 10:04

(출처-조선닷컴 2016.03.26 강진아 한양대 교수)

중국·유럽 18C까지 별 차이 없어
시카고大 포머란츠, 정량적 立證… 역사학이 사회과학 삼킨 드문 예
오늘날 '중국의 귀환'도 정당화

'대분기'대분기|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이남희·심은경 옮김
에코리브르|686쪽|3만8000원

2000년을 전후한 세기 전환기, 소련의 붕괴와 초강대국 미국의 일극 체제가 등장했다. 
학계는 유럽 자본주의를 낳은 서구 근대 문명이 인류사에서 최종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확신했다. 앞다퉈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을 내놓고 서구 문명이 세계를 제패한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서 예상 밖의 고전을 하고, 
중국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신화를 이어 쓰며 화려하게 부상했다.

이에 조응하듯이 아시아사 연구자들로부터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의 핵심 지역은 18세기까지 경제 발전의 구조와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 1750~1840년 사이의 어느 순간에 비로소 양자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역전과 엇갈림, 
즉 '대분기(大分岐·the great di vergence)'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해 강렬하게 등장하여 이후 세계사 서술을 바꿔버린 이 논자들을 
캘리포니아학파 (California School)라고 부른다. 
그 대표 주자가 시카고대학 역사학과의 케네스 포머란츠(Pomeranz) 교수이다.

포머란츠는 그의 책 '대분기: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경제의 형성'에서 산업혁명 이전 유럽의 선진 지역인 
영국과 중국 양자강 유역, 일본과 인도의 선진 지역을 정량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또한 서구 근대를 창출했다고 지목되던 인구 압력, 임금 수준, 기술, 법률제도, 신용 등 각 지표를 검토하여 
유럽만의 유일무이한 장점을 찾아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서양의 핵심 지역이 거의 동등한 수준의 경제 발전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고 보았다. 
그 논증에는 캘리포니아학파의 또 다른 대표 주자인 로이 빈 웡(R. Bin Wong)의 연구가 크게 기여했다.
그림은 1855~1856년 무렵 선박이 밀집한 항구에서 광저우 공장 지대를 바라본 모습.
18세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경제력에서 결코 유럽에 뒤지지 않았지만, 대분기를 거치며 상황이 역전됐다. 
그림은 1855~1856년 무렵 선박이 밀집한 항구에서 광저우 공장 지대를 바라본 모습. /Getty Images 이매진스
웡은 18세기 유럽과 중국 경제를 애덤 스미스적 성장이란 모델로 유사성을 주장했다. 
산업혁명을 겪지 않았던 애덤 스미스가 묘사한 영국 경제는 시장과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성장하는 경제였다. 
웡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보다 혹은 더욱 고도화한 스미스적 성장 단계의 경제였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토지는 줄어드는 반면 인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생태적 압력이 커지면서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공장제 매뉴팩처 단계에서 산업혁명으로의 진화를 비판하고, 웡은 유럽의 근대는 오히려 스미스적(的) 
성장을 부수고 그 한계를 돌파하면서 탄생했다고 보았다. 
그 돌파는 에너지원을 유기물에서 무기물로 전환하는 에너지혁명, 즉 석탄의 대량 이용과 증기기관의 발명이었다.

아시아와 유럽 두 지역에서 모두 자원에 대한 인구 압력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유럽에서도 오로지 영국에서만 이 한계를 돌파하여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이룬 산업혁명이 발생했다. 
포머란츠는 그 원인을 다음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영국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해외 식민지를 획득했다. 
식량과 천연자원을 식민지적 강제라는 대단히 일방적인 방식으로 조달하게 되어 국내의 자원 긴장을 완화시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원인은 영국의 석탄 광산이 대개 노천광이어서 채굴 비용이 매우 저렴했고, 또 산업 발전 지역 근처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던 덕택에 운반 비용이 저렴하여 산업에 이용하기에 편리했다는 점이다. 
이런 지리적 요소는 매우 우연적인 행운이기 때문에 달리 해석하면 영국의 산업혁명과 유럽의 근대 자체도 
우연적이었다고 확대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강남(江南) 지역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때문에 중국 대륙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의 논지는 서구 근대 패권의 역사적 필연성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렸다. 
이 책은 처음 등장하자마자 역사학계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헤게모니를 뛰어넘는 중국의 세기를 전망하는 
뉴레프트  학자들에게도 짜릿한 영감을 주었다. 
아시아사가 세계사를 삼키고, 역사학이 사회과학을 삼킨 드문 현상이었다. 
그러한 학문적 충격이 십여년에 걸쳐 저작(咀嚼)되고 소화되어, 이제 여느 역사책에도 18세기 중국 경제의 높은 수준이 
아무렇지 않게 쓰여 있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귀환(return)'으로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에 대한 서평및 분석(PDF 파일)

사회와역사 통권 제103집, 2014.09, 349-399 (51 pages)

영국 산업혁명의 원인 논쟁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대분기’의 재고찰
http://www.dbpia.co.kr/Article/NODE02488682


비평논문 : "대분기(大分岐)"와 근면혁명론


블로그내 관련글 

경철의 히스토리아 [153] 대분기(大分岐, Great Divergence)

http://blog.daum.net/jeongsimkim/3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