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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북리뷰] 죽음이 있기에… 삶의 보람도 있네

바람아님 2016. 7. 11. 19:34

(출처-조선일보 2014.07.26 이한수 기자)


'이별 서약'이별 서약|최철주 지음|기파랑|264쪽|1만2500

도서관정보 : 126.5-ㅊ716ㅇ/ [정독]인사자실(2동2층)


서른두 살 딸이 암 진단을 받았다. 

딸은 영양 공급 튜브가 목을 가로질러 꽂혀 있어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에서 메모지에 썼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고통'이라고.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사용을 거부하는 서류에 서명하던 날, 

딸은 아버지에게 호스피스 교육을 권했다. 

아버지는 딸이 떠난 후에도 약속을 지키려고 교육을 계속 받았다.

그 후 6년, 이번엔 아내가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제발 중환자실에는 넣지 말아줘." 아내도 딸과 똑같은 인생 마무리를 하고 가족 곁을 떠났다. 

성공한 언론인 출신인 저자가 말기 암 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와 웰 다잉 강사가 된 계기였다.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존엄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최인호 작가 등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말하는 삶과 죽음의 세계도 덧붙였다. 

환자에게 반말 투로 말하고 냉혹하며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의사들에게 '마음 훈련'을 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던진다. 

저자는 "세상이 온통 죽음의 바다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보람있는 삶이 더 중요해졌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다른 책


해피...엔딩 :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최철주/ 궁리/ 2009/ 297 p


도서관정보 : 126.5-ㅊ716ㅎ/ 

[정독]인사자실서고2(직원에게 신청)



누구나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인간적인 시각에서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 책. 26년 동안 정치, 사회, 국제 분야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미국, 일본, 한국의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고 있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 취재, 인터뷰, 연구조사라는 

글쓰기 방식을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죽음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죽음은 점점 더 추방되어 간다. 

환자들은 마지막 임종 순간까지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등 첨단연명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죽음의 시간을 연장한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은 마지막까지 '치료'를 해드리는 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과족들이 생각하는 최선이 말기환자에게도 최선일까?

저자는 '치료'를 넘어 사회적 '돌봄'으로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다함께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삶과 죽음이 동거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 그려진다. 

2부에서는 현재 존엄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3부에서는 생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죽음 부재의 한국 사회를 꼬집는다.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저자는 크고 작은 도시를 거닐며 만난 삶과 죽음의 단상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이제 '죽음'에도 문화가 있어야 함을 깨달아가는 한국 사회에 앞장서 

'존엄한 죽음'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을, 별개의 인생인 양 딱 잘라 생각하는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를 꼬집는다. 또한, 한국 사회에 적합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존엄사법 제정, 사회복지제도 보완, 리빙 윌·사전의료지시서 등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일사일언] 그릇, 여자를 담다


(출처-조선일보 2014.08.26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히딩크 넥타이'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경순씨. 고급 주택가에 식당을 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 메뉴에서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참 맛있었다.

에그 베네딕트엔 사연이 있었다. 어느 이른 아침,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와 "혼자 산다. 

아침 10시마다 브런치를 해 달라"고 부탁하더란다. 그러려면 메뉴 개발도 하고, 그릇도 사고, 

무엇보다 손님 한 분을 위해 더 일찍부터 준비해야 하기에 난감했다. 고맙게도 주방장이 

"동네 어른인데 토스트라도 해 드리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이씨는 "에라,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메뉴를 개발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런치가 에그 베네딕트다.

한데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 발길이 뚝 끊겼다. 얼마 후 중년 신사가 찾아와 "아들이다. 

자식들이 모두 외국에 살아 큰 집에서 혼자 사셨다. 예쁜 여사장이 아침밥을 차려준다고 좋아하셨다. 

주무시다 편히 운명하셨다"며 2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주었다. 

한사코 거절했더니 아들은 할머니가 쓰던 그릇들을 보내주었다. 현재 식당에서 쓴다.

필자가 기자 생활을 했던 중앙일보의 최철주 전(前) 편집국장

부인이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했다. 돌아가시기 직전 필자를 불렀다. 임종을 앞둔 눈이 사슴처럼 맑았다. 

그 눈빛, 잊지 못한다. "남편의 주일 특파원 시절, 좋은 그릇들을 모았다. 

아까워서 쓰지도 않았다. 이제 모두 팔아 목돈을 만들어 외아들에게 주고 싶다.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를 위한 그릇들도 따로 골라 선물로 줬다. 

결국 그 그릇들은 전부 수녀원에 기증됐다. 상당한 양이었다. 수녀님들이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분들에게 보냈다. 필자는 그때 받은 그릇들을 보물처럼 아낀다.

[일사일언] 그릇, 여자를 담다

애지중지 아끼며 한평생 모은 그릇들. 여자의 일생이, 가족 사랑이, '스위트 홈'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걸 받은 필자는 사랑을 받은 것. 웰다잉 칼럼니스트로 변신한 최 전 국장은 최근 '이별서약'을 출간하며 

"사랑한다는 말, 눈감을 때 하지 말고 평소에 자주 하세요"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