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9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감동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경기 승패를 떠나 깊은 울림을 준다.
올림픽의 감동은 폐막 후 바로 열리는 패럴림픽에 그대로 이어진다. 휠체어를 타고 의족(義足)을
달았다고 해도 오로지 자기 힘으로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은 올림픽과 똑같다.
과학자들도 세상을 감동시킬 새로운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장애인 경기 '사이배슬론(cybathlon)'이다.
선수들의 무기는 단단한 다리와 억센 팔이 아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다시 걷게 하는 외골격(外骨格) 로봇이고, 달리려는 생각을 전기신호로 바꿔
마비된 다리에 보내는 '뇌·기계 연결(brain·machine interface)' 장치이다.
말하자면 인간과 기계 장치가 결합한 '사이보그(cyborg)'들의 올림픽이다.
패럴림픽에서는 장애인이 직접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리지만
사이배슬론에서는 온몸이 마비된 환자가 혀로 자동 휠체어를 조종한다.
패럴림픽에서는 남은 다리의 힘으로 의족을 움직이지만 사이배슬론에서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이나 다리를 움직인다.
사고를 당해 다리가 마비된 사이클 선수도 뇌파(腦波)를 따라 만든 전기신호로 근육을 자극해 페달을 돌릴 수 있다.
대회 창시자는 로버트 리너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교수다.
2012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잃은 미국의 엔지니어 잭 보터가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 다리를 몸에 달고
시카고의 103층짜리 빌딩을 45분 만에 올랐다.
당시 리너 교수도 같은 로봇 다리를 개발하고 있던 터라 크게 감동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보터가 착용한 로봇 다리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리너 교수는 첨단 기술을 만들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못하고 사장(死藏)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사이배슬론 대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기술이 있음을 세상에 알려 상용화를 촉진하고 또 과학자들의
연구 경쟁도 독려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의 도전은 조금씩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주 미겔 니코렐리스 미 듀크대 교수는 브라질의 하반신 마비 환자 8명에게 외골격 로봇으로
재활 훈련을 시켰더니 그중 7명이 다리 감각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서는 하반신 마비 환자가 브라질 출신의 니코렐리스 교수가 만든
외골격 로봇을 입고 시축(始蹴)했다. 공을 찼다기보다는 다리를 공에 갖다 대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를 계기로 연구에 박차를 가해 2년 만에 더 큰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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