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06.0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엊그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오는 6월 8일을 '세계 바다의 날(World Oceans Day)'로 기념하게 된다. 세계 바다의 날은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처음 결정되었지만 작년 12월에야 유엔의 공인을 얻어 금년부터 정식으로 출범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 12월 유엔해양법협약 발효에 발맞춰 1996년에 이미 바다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고 벌써 14년째 다양한 행사들을 열어왔다. 우리가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한 것은 그날이 바로 통일신라 시절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날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바다의 날과 우리 바다의 날 사이의 간극이 자칫 껄끄러운 행정상의 어려움을 초래할지 모른다. 나는 이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쉽사리 국제적인 흐름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 5월 27~31일이던 장보고 축제기간을 6월 8일까지 연장하여 좀 더 성대하게 열 것을 제안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해양부라는 독립적인 정부 부처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열흘 남짓의 바다 축제는 그리 지나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때아닌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세계 인구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따른 자원 고갈의 문제는 21세기 내내 우리를 옥죌 것이다. 가축의 사료로 써야 할 옥수수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지 말고 그 대안을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경작 가능한 농지의 80%를 사용하고 있는 육지로부터 이제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저 푸른 바다야말로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블루 오션' 그 자체이다.
포항공대가 경북 울진에 2011년을 목표로 해양대학원을 설립한다. 울진 바닷가에는 보전상태가 특별히 양호하여 환경부 국가 장기생태연구가 진행 중인 '고래불' 사구가 있고, 그 앞바다에는 무려 23km에 달하는 '왕돌초'라는 해저산맥이 있다. 금강송 군락에서 고래불 사구를 거쳐 왕돌초에 이르는 천혜의 생물다양성 보고(寶庫)에 대한 생태학 연구를 바탕으로 해양환경, 해양에너지, 해양자원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의 우즈홀 또는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 견줄 수 있는 해양연구의 세계적 메카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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