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주경철 2009.10.10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최근 '사이언스'지는 44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 일명 '아르디(Ardi)'의 모습을 복원하여 공개했다. 아르디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미니드(사람과[科]의 동물)로서 120㎝의 키에 50㎏의 몸무게를 가진 여성이다. 1994년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지역에서 두 조각의 뼈가 발견된 이후 이 지역을 광범위하게 발굴한 결과 100여개의 다른 뼛조각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 후 15년 동안 과학자들이 끈기 있게 이 유골들을 재구성한 결과 드디어 '인류의 어머니' 아르디의 실상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게 된 것이다.
유골과 함께 발견된 주변의 다른 화석들을 통해 아르디가 살던 환경이 풀이 자라나는 삼림지대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 인간이 왜 직립(直立)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기존의 가설이 뒤집어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아프리카의 기후가 변해서 삼림지대가 사바나가 되었기 때문에, 두발로 서는 것이 키 큰 풀 너머로 먹잇감이나 포획동물들을 발견하는 데에 유리하므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바나 환경이 아닌 삼림지대에서도 직립을 하고 있었다면 뭔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사회적 행태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추론이다.
고릴라나 침팬지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그러나 아르디 같은 호미니드는 그런 방식을 버리고 대신 남녀가 짝을 이루어 살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기르는 방식을 택했다. 유력한 증거 중 하나는 송곳니이다. 고릴라나 침팬지의 송곳니는 길고 날카롭게 튀어나와서 서로 싸울 때 무기로 사용하지만, 호미니드의 송곳니는 상대적으로 납작하다. 과학자들은 여자 호미니드가 가급적 송곳니가 작은 남자, 즉 덜 공격적이고 그래서 여자의 말에 잘 따라줄 남자를 선호했으리라고 추론한다. 직립을 하게 된 이유는 이제 이렇게 설명된다. 숲에서 식량을 운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은 식량을 손에 들고 두 발로 걸어서 집에 와서 여성과 아이들을 먹여야 했다. 수백만년 전 우리 조상은 참으로 가정적인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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