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25] 경제성과 생태성

바람아님 2013. 8. 10. 18:20

(출처-조선일보 2013.08.0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의 국정 기조인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을 개선하려면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의 가치관이 더 이상 대립해서는 안 되며 갈등 해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토부와 환경부 업무보고를 같이 받는 이유도 앞으로 두 부처가 창의적 협업을 통해 개발과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꿔달라는 뜻"이라며 "두 부처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서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국토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루빨리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야 했던 20세기에는 경제 부흥만이 유일한 국정 목표일 수 있었지만, 이제 21세기의 최고 덕목은 단연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1987년 유엔 브룬틀란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는 지속 가능성을 "미래 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은 때로 '지속적인 발전'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경제성과 생태성의 평형을 모색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는데, 그러면 개념이 한결 뚜렷해진다.

경제적 타당성(economic feasibility)을 의미하는 경제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늘 쓰고 살지만 생태성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경제성의 개념이 나왔듯이 생태학도 '생태계의 온전한 정도(ecological integrity)', 즉 생태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eco-nomics)과 생태학(eco-logy)은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다. 둘은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형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형님인 경제학은 부자로 살았고 아우인 생태학은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았다. 그런데 요즘 형님이 이 아우를 찾는단다.

경제학과 생태학이 만나고 있다. 개발과 보전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대형 개발 사업이나 환경 보존 사업의 경우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주문은 정확하게 경제성과 생태성을 함께 분석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