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09.18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역사 기록상 가장 오래된 풍차는 서기 9세기에 페르시아 동부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 후 유럽에서는 12세기 후반부터 프랑스 북부·영국·플랑드르 지방에서, 그리고 중국에서는 13세기에 금나라에서 풍차가 사용된 것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풍차는 페르시아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후 동서 양쪽 방향으로 전파된 것일까?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페르시아 풍차와 마찬가지로 풍차의 중심축이 수직으로 되어 있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이 축이 수평으로 되어 있어서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구조이다. 따라서 페르시아식 풍차가 들어와서 개량된 것인지 아니면 유럽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것인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 각국에서 풍차가 널리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강한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서 풍력을 이용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대서양 연안 지역에서는 편서풍이 일년 내내 불고, 지중해 지역에서는 미스트랄이라 불리는 강한 북풍이 분다. 이런 바람을 이용하여 얻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17세기에 네덜란드의 풍차는 날개가 찢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 회전수를 1시간에 1433바퀴, 즉 1분에 24바퀴 이상 돌지 못하게 조절했다. 이는 시속 108km에 해당하는 속도인데, 이런 속도로 12m의 날개가 돌면서 내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풍차는 곡물의 제분과 늪지의 배수에 많이 이용되었고, 더 나아가서 염료 물질을 가공하거나 목재를 켜는 등의 작업에도 사용되어 산업혁명 이전 시대의 공업 발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풍력 터빈(wind turbine)'이라는 이름으로 풍차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80년대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의 고갈 위험과 공해 문제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 중 하나로 풍력 발전이 제시된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는 곳곳에 수십 대의 거대한 풍차들이 돌아가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관령에서 발전용 풍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리적 여건 때문에 날개가 돌다 말다 하는 광경을 보니,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이 사업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우리 실정에 맞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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