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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4] 음악의 진화

바람아님 2013. 8. 15. 09:05

(출처-조선일보  2009.07.06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팝 음악의 거성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수많은 노래 중에서 나는 그의 데뷔곡 '갓 투 비 데어(Got to Be There)'를 가장 좋아한다. 음악성으로 치면 '빌리 진(Billie Jean)'이나 '스릴러(Thriller)'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나는 다섯 살 소년의 그 해맑은 고음을 정말 사랑한다.

음악은 동서고금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 속성이다. 음악인류학자 존 블래킹은 그의 저서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에서 음악을 언어와 종교에 버금가는 인간 특유의 형질로 규정했다. 그러나 음악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진화한 것인지는 참으로 종잡기 어렵다.

음악의 진화에 대한 가설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다윈 자신이 운을 뗐고 '연애'라는 책으로 우리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제기한 '성선택 가설'은 음악적 재능이 번식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27세에 요절한 천재적인 기타연주자 지미 헨드릭스는 공연마다 따라다니던 여성 팬 수백명과 잠자리를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자식이 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몇 진화생물학자들은 음악이 언어와 마찬가지로 집단 구성원 간의 결속을 강화시켜주는, 일종의 '상호 털 고르기'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영장류 동물들이 서로 털을 손질해주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처럼 우리도 '아침 이슬'과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하나가 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언어 본능'과 '빈 서판'의 저자이자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애당초 음악에는 아무런 진화적 기능이 없다고 주장한다. 배꼽이 탯줄이라는 적응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음악은 그저 '귀로 듣는 치즈케이크'란다. 치즈케이크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게끔 진화한 우리 신경회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자극하도록 제작된 인공물일 뿐 생존과 번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우리는 음악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소비한다. 마이클 잭슨이 남긴 빚이 상당하다지만 그가 평생 번 돈과 죽은 후에도 계속 벌 돈에 비하면 그야말로 구우일모(九牛一毛)이리라. 마이클 잭슨의 몸은 사라지지만 그의 노래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음악은 우리를 이처럼 사로잡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