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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총알보다 강한 투표

바람아님 2017. 5. 9. 07:43

(조선일보2017.05.09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47] 말랄라 유사프자이 '나는 말랄라'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직선제로 치른 1971년 대통령 선거 때는 유학 중이어서 내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대선은 

1987년 12월 선거였다. 6월 항쟁을 유도한 대학교수들의 직선제 개헌 촉구 선언에 참여하기도 해서, 

어렵게 쟁취한 직접선거권이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막상 선거 유세가 시작되자 보이는 모습, 들리는 소리가 모두 너무나 거슬려서

2주일이었던 유세 기간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그 후 5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한 번도 열렬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서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돼도 못 볼 꼴을 보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고 몇 달 후에는 어김없이 

그의 남은 임기를 어떻게 참아내나 하는 생각에 암담해졌다.


이번에도 대선 주자 토론을 좀 보니 수십조원씩이나 국고를 투입하겠다는 그들의 일자리와 복지 공약은 

대부분 값비싼 실험이 되어버릴 것 같고, 국가 안보에 대한 호언장담은 그야말로 호언장담으로 보인다. 

그래도 내가 행사할 이 한 표가 오랜 세월 참으로 많은 사람의 필사적 투쟁으로 얻어진 것임을 생각하면, 

그리고 아직도 선거권이 없는 무수한 후진국 국민을 생각하면, 감히 기권할 수는 없다.


근대사에서 의회다운 의회는 영국에서 시작됐고 투표권도 영국민이 처음 행사했지만 

최초로 모든 성인 남성이 투표권을 받은 나라는 스위스(1848년)였다. 

영국 남성의 3분의 2가 선거권을 얻은 것이 1884년이었고, 영국 여성은 1928년에야 모두가 참정권을 갖게 됐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여성의 참정권 쟁취는 반세기 넘는 투쟁으로 이룩됐고 영국에서는 그 투쟁이 매우 격렬하고 폭력적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은 1948년의 제헌 헌법을 기안한 유진오 박사 덕분에 스위스 여성보다 먼저 모두가 투표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우리도 유보당했던 주권을 투쟁으로 되찾아야 했다.


2014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고국 파키스탄에서는 정치인들이 선거철이면 도로와 전기, 상수도, 

학교 부지 등을 약속하고 지역 유지들에게 돈과 발전기를 주고 가는데 남자들만이 투표하는 선거가 끝나면 

다시는 국회의원 모습을 볼 수 없고 그들의 약속도 실종된다고 한다. 

오늘 아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야겠다.





나는 말랄라(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당당히 일어섰던 

소녀 그래서 탈레반의 총에 맞았던 소녀) 

원서명 I Am Malala

저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저자2 크리스티나 램

역자 박찬원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14년 10월 10일 발행

사양 384쪽


342.1-ㅇ576ㄴ/ [강서]2층 인문사회자연과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