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1.17 문용민 음악평론가)
문용민 음악평론가
몇 년 전부터 나는 해달에 빠져 있다.
흔히 수달과 혼동되기도 하는 해달은 훨씬 털이 풍성해 둥글둥글한 외모를 가졌다.
바닷물에 떠서 생활하기 때문에 떠내려갈까 봐 서로 '손을 잡고 잔다'는 것으로 잘 알려진 동물이다.
돌멩이로 조개를 깨 먹는 동작도 유명하다.
지구 상에서 가장 빼곡한 털을 가져, 그 밀도는 밍크의 200배다. 그들이 한가로운 얼굴로
물결에 흔들리며 끝없이 털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 깊이 편안해진다.한국에는 해달이 없다.
쿠릴 열도부터 캘리포니아까지 태평양 연안에만 서식하고, 보호종이라 다른 지역의 동물원이나 수족관에도 흔치 않다.
나의 해달 애호 활동이란 대체로 인터넷이다.
가끔 관련된 책을 사거나 더 드물게 해달 관련 재단에 작은 기부금을 보내는 게 고작이다.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만나서 만지고 소유하는 것은 적어도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해달은 자신이 살 곳을 선택하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육지에서도 걸어 다니며 제법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바닷물을 선택했고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바닷물은 그들의 체온을 빼앗고 때론 원치 않는 곳으로 그들을 끌고 가 버린다.
그래서 해달은 온종일 털을 고르고, 동그란 앞발을 뻗어 동료와 손을 잡는다.
귀여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선택을 지켜내는 행동인 셈이다.
그렇게 사랑스럽고도 단호한 존재가 어딘가의 바다에 둥둥 떠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것은 제법 용기가 된다.
누군가는 그렇게 씩씩하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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