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12.12. 01:46
모사드식 '금융전쟁' 옵션 쓸 때
김정은 돈줄 끊어 고립 유도하면
도발 멈추고 협상 응할 공산 커
북한은 일반적인 국가라기보다 봉건적 마피아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북한이란 범죄의 제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마약 거래, 달러 위조, 금융계좌 해킹, 핵 기술과 스커드 미사일 확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거리낌없이 자행한다. 북한 학생들은 양귀비 농장 노동에 동원되고, 국유 상선이 달러 현금과 밀수품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교관이 헤로인 밀수를 한다.
범죄야말로 북한을 지탱해 주는 국영산업인 셈이다. 전 국가적 차원에서 자행되는 북한의 범죄를 진두 지휘하는 건 베일에 싸인 노동당 39호실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미국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의 사례를 교훈 삼아 김정은과 그의 친위대를 상대로 금융전쟁을 개시해야 한다. 이는 10대 모사드 국장 메이어 다간(2002~2011년)의 아이디어다. 하마스를 비롯한 테러 단체들의 자살폭탄 공격이 기승을 부렸던 시점에 모사드 국장이 된 다간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하마스를 비밀리에 지원하는 구조를 끊기 위해 양측 간의 돈거래를 못 하게 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하마스의 돈줄을 없애야 자살폭탄 테러를 근절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푼의 또 다른 큰 성과는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중 일어났다. 다간이 입수한 정보에 따라 이스라엘 공군이 레바논 테러집단 헤즈볼라의 비자금을 예치한 은행을 폭파시킨 것이다. 하푼은 헤즈볼라가 베네수엘라와 레바논 등지에서 코카인 밀수로 번 돈을 서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세탁한 뒤 테러 자금으로 쓴다는 정보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공작을 펼친 끝에 하푼은 헤즈볼라의 돈줄을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 헤즈볼라 중간 보스들의 비자금을 유통시킨 은행들을 찾아내 ‘돈세탁 기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그 결과 중동 최대 은행의 하나였던 레바논-캐나다 은행이 문을 닫고 말았다. 이렇게 모사드가 금융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은 급감했다.
북한에도 같은 작전을 벌여야 한다. 북핵을 군사옵션으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의 자금을 공격하는 방안밖에 없다. 미국이 이 같은 대북 금융전쟁에 앞장서야 한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등 금고지기와 산하 위장기업에 대해 전방위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 또 북한에 대한 금융 공격을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정시키지 말고 유럽과 남미까지 범위를 넓혀 김정은과 협조하는 전 세계 모든 금융기관을 제재해야 한다. 김정은과 거래를 계속하면 자신의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저항할 금융인이나 기업가는 드물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달 미 국무부의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 재차 오른 상태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북한 돈을 예치한 은행에 소송을 걸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게 할 수 있다. 이어 그 은행에 예치된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면 평양은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북한은 경제 제재에도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았다. 해결책은 하나다. 북한의 돈줄을 말려야 김정은 부하들의 충성심이 사라져 평양의 독재자를 고립시킬 수 있다. 그러면 김정은은 도발 대신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금융작전을 하지 않겠다면? 전면전밖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니트사나 다샨 라이트너 이스라엘 변호사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4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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