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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0] 다양성과 선진국

바람아님 2018. 2. 28. 10:29
조선일보 2018.02.27.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유치에서 준비까지 파란곡절의 연속이었던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올림픽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다양성'이라고 말하련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은 여전히 흥미진진했지만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 등 이른바 비인기 종목 경기가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나는 얼마 전 '달라서 아름답고, 다르니까 특별하고, 다르므로 재미있다'는 표제어를 내걸고 '다르면 다를수록'이라는 생태 에세이를 출간했다. 다양성이 사물의 원형이자 변화의 원동력임을 주장하려 쓴 책이다. 나는 '스켈레톤(skeleton)'이라면 당연히 '뼈'를 의미하는 생물학 용어로만 알았다. 집게처럼 생긴 기구로 머리를 만다는 뜻의 일본어 '고데'의 영어 표현(curling)이 운동 경기 이름인 줄 몰랐다.


만일 우리 선수들이 이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큰돈 들여 국제 대회를 유치해놓고 기껏해야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만 즐겼을 것이다. 우리 안방에서 외국 선수들만 판치는 다른 경기를 중계하면 곧바로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다양해야 재미있다. 윤성빈, 이상호, 김동현,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선수 모두 특별하다.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은정, 김초희도 모두 참 아름답다.


4년 전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열려 세계 194국 대표단이 함께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어떻게 보전할지 논의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딴 메달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수확이다.

우리는 더 이상 메달의 거의 80%를 쇼트트랙 한 분야에서 캐는 나라가 아니다. 선수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실력을 발휘하고 관중은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회. 스포츠가 이뤄낸 선진화가 교육, 연구, 정치 등 다른 분야에도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키워나가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