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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5] 제인 구달과 채식

바람아님 2018. 4. 4. 08:27
조선일보 2018.04.03.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오늘은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의 84세 생신이다.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존하고 다니는 동년배의 많은 할머니와 달리 구달 박사는 지금도 허리 꼿꼿이 펴고 매년 300일 이상 세계 각지를 돌며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시느라 여념이 없다.

오죽하면 언젠가 우리나라에 오셔서 강연하셨을 때 어느 어린이가 "박사님 댁이 어디예요?"라고 묻자 "비행기 안"이라고 대답하셨을까?


그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비결이 무엇일까? 구달 박사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채식(菜食)이라고 답한다. 침팬지를 연구하며 자연 보전을 걱정하던 어느 날 인류의 식습관이 지구의 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는지 깨닫고 채식을 하기로 결심해 오늘에 이른다. 구달 박사는 당신의 이 결정이 오늘날까지 당신을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줬다고 굳게 믿는다.


요즘 많은 사람이 건강을 생각해 채식을 고려하면서도 채식만으로 과연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우려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채식 식단으로 인해 영양 결핍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셀 수 없이 많다.

채식의 역사는 기원전 7세기 인더스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아주 많은 사람이 직접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구달 박사의 꿈과 비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GI)'가 설립되었다. 1991년 구달 박사가 12명의 탄자니아 청소년들과 함께 시작한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은 이제 거의 100개국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있다. 이 모든 게 구달 박사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의 추종자들은 그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구달 박사가 채식주의자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