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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4]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바람아님 2018. 3. 28. 07:44
조선일보 2018.03.27. 03:1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춘분에 눈발이 날렸다. 제주도와 일부 남부 지역에는 흰 눈이 한겨울처럼 쌓였다. 남부 유럽 곳곳에도 폭설로 사람들이 때아닌 도심 스키를 즐겼다. 지난겨울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기이한 겨울로 기억될 것이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미국의 50주 모두에 눈이 내린 첫 겨울이었다. 하와이와 플로리다까지 눈이 내렸다. 날씨가 당최 예전 같지 않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 되어 국제 기후변화 협약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 해 전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앨 고어의 노벨 평화상을 박탈하라고 목청을 높인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라더니 겨울이 왜 더 추워졌냐며 앨 고어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그의 무지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악스럽다.


첫째, 그는 스스로 통계학의 문외한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래도 명색이 기업인인데 데이터의 이상치(outlier)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36년 동안 가장 더웠던 열여덟 해 중 열일곱이 2001년 이후에 나타났다. 어쩌다 전체 데이터 집단에서 벗어나는 이상치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도도한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시장의 급작스러운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경거망동해서 안 되는 것처럼. 이런 통찰을 제공하고자 통계학이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구별하지 못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점진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지구온난화라면, 기후변화는 기후 패턴이 예전처럼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지난겨울 온대 지방에 예년보다 눈이 많이 내린 것은 북극 지방 기온이 오르면서 찬 공기가 남하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북극의 기온이 한때 영상 2도까지 올랐다. 이는 평소보다 무려 30도가량 높은 온도이다. 한반도에서는 이제 봄이 사라지고 있다. 겨울이 곧바로 여름으로 치닫는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