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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구글·페북의 혁신, 고객 없이 가능했을까

바람아님 2018. 10. 11. 08:42

(송경모 2018.10.08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마주카토'모든 것의 가치'


마주카토'모든 것의 가치'너도나도 혁신을 부르짖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혁신이 실제 사회에 기여하는가?

영국 UCL(런던대) 경제학 교수 마리아나 마주카토는 저서 '모든 것의 가치

(The Value of Everything: Making and Taking in the Global Economy)'에서

생산적인 혁신과 아닌 혁신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 창조(Value Creation)와 가치 착취(Value Extraction)는 다르다는 것이다.


가치 창조란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낫게 해주는 재화·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반면 가치 착취는 돈은 많이 벌더라도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는 기여하지 않는

온갖 시도들이다.


예를 들어 금융업의 목적은 자금 융통을 통해 제조업의 가치 창조를 돕는 일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수익 추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채

돈잔치에 몰두하다 발생했다.

저자에 따르면 나라의 금융산업 매출액은 최종 생산재의 가치 총합인 GDP 계산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산업은 어디까지나 중간재를 생산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특허 제도가 혁신을 촉진하기보다 비생산적인 혁신 활동을 집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들이 특허권의 배타성을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다른 기업들의 신기술 사업화 시도를 원천부터

차단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벤처캐피털들이 IPO(기업공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실현하거나 제약회사들이 고가 전략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기업가적 행동으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광분하는 돈벌이는

진정한 혁신의 대가라기보다 수많은 대중으로부터 과도한 수준으로 이익을 짜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가치 착취' 행동들이 오늘날 오히려 혁신으로 대접받게 된 계기를 경제사상사 속에서 찾는다.

오직 구매자의 지불 의사만이 가치의 척도가 된다는 한계효용학파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

이 생각이 현대 경제학에 일종의 도그마로 뿌리내리면서 기업이 단지 고객으로부터 돈을 많이 받아내기만 하면

마치 가치가 실현된 것처럼 착각하게 됐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가치는 단지 그들만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온갖 콘텐츠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

IT도 민간 부문만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혁신의 사유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학은 저자의 말대로 '희망의 경제학(Economics of Hop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