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편집자 레터] "그를 배웠다 하겠다"

바람아님 2018. 11. 25. 09:54

(조선일보 2018.11.24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이한수 Books팀장


신체를 고도로 단련한 이들이 보이는 높은 정신 수준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운동선수나 무술 고단자가 촌철(寸鐵) 같은 지혜의 말과 행동을 하는 모습을 때로 목격합니다.

학생 때 시험 성적이 좋았을 것 같지도 않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닐 터인데 깊은 사색을 통해

이룬 높은 경지가 느껴집니다. 고통을 견디며 몸을 단련하는 '무(武)의 세계'는

학습을 통해 지혜를 얻는 '문(文)의 세계'와 분명 이어져 있습니다.

'논어'에서 공자 제자 자하행실이 올바른 이를 본다면

"그가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웠다 하겠다(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고 했습니다.


신간 '물이 되어라, 친구여'(필로소픽)는 무술인 영화배우 이소룡(리샤오룽·1940~1973)의 어록입니다.

그의 탄생 78주년(11월 27일)에 맞춰 출간했다네요. 생전 일기와 인터뷰, 지인에게 보낸 편지 등을 묶었습니다.

원제는 'Striking Thoughts'입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물이 되어라, 친구여 - 이소룡 어록
저자 이소룡/ 필로소픽/ 2018.11.27/ 360 페이지


아무렇게나 책을 열어 읽었는데 지혜의 말이 가득합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 부드럽고 유연하다. 죽으면 뻣뻣해진다. 몸이든 마음이든 영혼이든 마찬가지다."

"거짓된 사람이란 자기 능력을 과장되게 말하는 부정직한 사람, 자신의 무능함을 가리기 위해

겸손한 체하는 사람이다."  "총명한 정신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책으로 얻는 지식은 몸으로 얻는 지혜에 한참 못 미치는 하수(下手)가 아닐는지요.

'체화(體化)'라는 말의 뜻도 비로소 알겠습니다.

고수(高手)는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세계적인 액션스타 이소룡. 그는 1971년 <당산대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사망유희> 등 네 편의 영화를 남기고 불과 서른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까지 암흑과도 같은 긴 무명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동양인 차별이 극심한 미국 사회에서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며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이소룡은 그것도 자기 수양의 계기로 삼았다.

생애 최대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절권도 역시 그 시기에 탄생했다.

그의 성공 배경에는 어떤 난관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있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는 경이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 실행, 무위, 진리, 시간, 의지, 성공, 자기실현 등 삶의 의미에 관한 묵직한 주제부터 건강, 연애, 사랑, 결혼,

육아 등 일상의 가벼운 주제들을 자신만의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는 이소룡의 825개 아포리즘을 읽고 있으면,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그가 어떻게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정신적 힘

이소룡에게 ‘철학’이란 자신을 짓눌렀던 한계를 넘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심신수양의

수단이었다. 아내 린다의 말에 따르면 이소룡은 ‘목적의 화신’이었다. 철학과 무술로 심신을 연마하여 자기 안에서

최선을 이끌어냈고, 마침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위대한 목적을 완수했다고 증언한다.

특히 노장사상과 선불교에 심취하였고, 실제로 책에서도 도(道), 무위(無爲), 공(空), 음양 등의 주제로 언급한 내용이 많다.

절권도가 이소룡의 치열했던 신체적 수련의 산물이라면, 여기 《물이 되어라, 친구여》는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정신적 원동력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인생의 지혜를 가르치는 데 탁월했던 이소룡

이소룡은 스티브 매퀸, 카림 압둘 자바, 제임스 코번 등 당대 스타들을 제자로 두었다.

그런데 제자들은 이소룡을 무술보다도 인생의 깨달음을 가르쳐준 스승으로 회고한다.

그는 철학적 아포리즘으로 즐겨 가르쳤는데,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이소룡의 제자였던 스털링 실리펀트는 ‘그의 가르침은 가르침의 모습을 하지 않은 가르침이었다.

교사는 아니었지만,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에 수록된 어록들 역시 독자들에게 직접적인 인생의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독자들이 스스로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끔 이소룡이 던져주는 화두인 셈이다.


45년 만에 온전히 되살아온 이소룡을 만나라!

이 책의 원저 《Striking Thoughts》는 이미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하는 《물이 되어라, 친구여》는 제목과 디자인뿐 아니라 번역 작업을 새로 시도했다.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통해 옛 버전에서 나온 오역을 바로잡았으며, 최대한 원문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노력함으로써

이소룡의 말투를 온전히 되살리고자 했다. 자, 이제, 당신이 기다렸던 이소룡이 4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당신이 만약 고통 받고 의기소침해 있거나 근심에 쌓여있다면 그의 짧은 어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강하게 만들고

어지러운 영혼에 평화를 주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존 리틀 (《물이 되어라, 친구여》 원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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