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27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김성도 '인간언어학'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언어학자 김성도 교수는 그의 역저 '인간언어학'에서 제대로 습득한 모국어는
한 인간을 지적(知的)·정서적·윤리적 차원에서 성장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정신적 성장을 가능케 하고 사유(思惟) 능력을 기르며
내면세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올바른 언어의 사용은 진실, 선함, 아름다움의 가치를
터득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치인의 가장 큰 자산이 '흙수저 출신'인 나라에서
정확하고 정밀하며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을 말하면 씨도 먹히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쟁취하려는 평등 사회는 품위(品位) 따위의 '비(非)서민적 가치'는 짓밟아버리고
모두가 본능적 수준의 삶을 사는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말이 반듯하지 않으면 사고가 왜곡되고 만다.
바쁜 세상에, 말은 듣는 사람이 알아먹기만 하면 됐지, 무슨 섬세함과 정확성에 품위까지 갖출 여유가
어디서 나느냐는 반문(反問)이 들리는 듯하다.
물론, 문법의 오류, 표현의 비논리성보다는 기만적(欺瞞的) 내용이 더 심각한 문제이지만
요즘 우리 모두 무심코 쓰는 몇몇 표현들에 대해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한민족의 아름답고 소중한 자산인 우리말을 아래와 같이 쓰는 사람이 정확하고 엄밀한 사고(思考)를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국제 무대에서 논리적이며 세련된 외교적 수사(修辭)로 나라를 궁지에서 구할 수 있을까?
"다이빙궈가 ○○○ 대통령을 접견하고 갔다."(정확한 표현은 '○○○ 대통령이 다이빙궈를 접견…)
"평판조회의 부각이 높아지고 있다."
"소멸을 날려보냈다."
"국민을 갈등시킨다."
"고객 500만명 돌파기념을 맞이하여…."
"쉴거리가 풍부하다."
"뇌경색이 뇌졸중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9시에 잠수교가 침수될 예정입니다."(정확한 표현은 '…침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액이 60억에 달할 예정입니다."
"이 병은 쥐벼룩이 옮기는 것으로 되어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지 못한 것은 존재론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당첨이 힘들어지는 부분이다."
"이제 도박꾼도 남성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분은 자기 아들이 독살설에 의해 죽었다고 주장했다고 하겠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장황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 건명원 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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