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2016.07.05 이영선)
한 손에 잡히는 전쟁과 미술
최영진 지음/ 평화서각/ 2016/ 427 p
609-ㅊ554ㅈ/ [양천]책누리실(2층)
최영진 교수는 신간에서 세계 전쟁그림 60여개를 분석한다.
그림이 품은 함의 및 뒷얘기와 더불어 시대적 상황까지 흥미롭게 덧붙인다
그림을 통해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책이 나왔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의 신간 ‘한 손에 잡히는 전쟁과 미술’은 예술가의
관점에서 전투의 본질을 설명한다.
2014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본지에 게재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연재물을 종합했다.
60여 개의 전쟁그림을 중심으로 ‘예술로서의 전투’에 접근하며 분석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전쟁을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전쟁그림에 담긴 전투의 성격이다.
저자는 전쟁그림은 화가가 예술가적 관점에서 전투의 본질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록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피력한다.
책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은 전투의 본질을 그림의 양식적 특성을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전쟁그림의 회화적 특성을 단지 화가의 개인적 취향이나 유행으로 간주하지 않고 회화 양식 또한
시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시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들의 맹세’와 같은 작품은 뚜렷한 윤곽과 안정적 구도가 돋보이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작품이다. 이러한 명료함과 견고함은 프랑스혁명을 이끌었던 공화주의 이념을 대변하고 있다.
그림 소재인 로마의 공화주의적 이상과 화가가 추구했던 프랑스의 시대적 이념이 결합하며 그림과 시대가
하나의 양식 속에 결합됐음을 보여준다.
앙리 펠릭스 에마뉘엘 필리포토의 ‘워털루전투’.
책의 장점은 다양하다.
그림 감상은 기본이며 각 전투에서 사용된 전략전술은 물론이고, 인류 역사에 걸친 전술 발전 단계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유려한 필체는 당시 전투기술과 시대적 배경을 마치 재미있는 영화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의 각 장면이 품은 함의와 뒷얘기, 시대적 상황을 읽다 보면 어느새 폭넓어진 지식수준을 깨닫게 된다.
‘손자병법’부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그리고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고전을 넘나드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은 감탄을 자아낸다.
‘먼저 이겨놓고 싸운다(先勝求戰)’는 단순한 문구는 저자가 예시로 든 그림과 설명에 결합되며 더욱 생생한 생명력을 얻는다.
저자는 치밀한 그림 분석을 통해 전사 전문가 이상의 결론을 도출한다.
전투의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단순히 전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 혹은 전투는 단순히 전력이나 기술
(technique)로 환원할 수 없는 예술적 성격(arts)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미술과 전사의 색다른 결합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1504) [알라딘 제공] |
출판사 서평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국방일보』에 「최영진 교수의 전쟁과 미술」로 연재된 것 가운데 추린 것이다. 60여개의 전쟁그림을 다루면서 필자가 추구했던 것은 ‘예술로서 전투’가 갖고 있는 측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화가는 전장에 나선 지휘관도 병사도 아니지만 예술가의 관점에서 해당 전투의 본질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게재했던 벙커힐 전투(1776) 그림에서 화가 트럼블J.Trumble이 영국군을 상대하는 미국 민병대의 두려움과 투혼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마지막으로 다루었던 피카소P.Picasso의 「게르니카」(1932)에서는 인간 신체의 해체를 통해 인류 문명의 파괴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물론 화가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 역시 시대적 제약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상황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그림에는 적어도 두 개의 시대와 세 개의 시선이 만나고 있다. 시대적으로는 전쟁의 시대와 제작의 시대가 조우하고 있고, 시선의 차원에서는 전쟁 당시의 시선과 현재 의뢰자, 그리고 화가의 시선이 겹친다. 역사의 진실과 권력의지, 그리고 화가의 예술가적 영감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전쟁그림인 것이다. 전쟁그림을 보는 것은 두 개의 시대와 세 개의시선을 함께 읽는 일이다. 작품 선정에 있어 시대와 지역, 국가를 고루 포함시키려 노력했다. 서양의 경우 대체로 그러했다고 자부한다. 그림 양식상으로도 고대 벽화에서부터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의 인상주의와 입체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회화 양식을 다뤘기 때문에 전쟁그림을 통한 미술의 이해라는 기본적인 목표는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쟁 자체를 무인武人의 일로 폄하했기 때문에 단순한 기록화 이상의 작품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임진왜란에서 거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승리를 다루고 싶었지만 작품성 있는 그림을 찾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여기에 담긴 내용과 생각 모두 필자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모두 어디서 읽었거나 들은 이야기를 필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데 지나지 않는다. 일일이 각주를 다는 것도 독자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을 거란 핑게로 피했다. 그림에 관련된 전투자료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문헌과 웹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러나 많은 전쟁사학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지만, 오래된 전투일수록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자, 병력수, 작전 등에 있어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혼란스러운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럴 경우 합의된 사실 중심으로 기술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약해서 기술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간 부분 또한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에 기술된 전쟁관련 정보는 그 자체로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렵다. 단지 해당 전투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정도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대한민국 남자치고 전쟁과 군대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27개월간의 군 시절의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 한국정치를 전공하면서 다소 멀어졌던 국방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학생안보토론대회(육군본부 주최)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부터였다. 당시 대회를 창안했던 한민구韓民求 장관님을 비롯하여 그간 만났던 많은 군 장성들이 필자의 생각을 만들고 다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통의 달인 방효복 장군님, 자애로운 멘토 임관빈 장군님, 검단지즉 일보전진의 박종선 장군님, 큰 형님 같은 정지용 · 김희철 장군님 그리고 화랑대 지킴이 최병로 장군님 모두 군을 이해하는데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해군의 황기철 제독님과 공군의 최차규 장군님도 고마운 분들이다. 친구처럼 지내는 정영진 장군과 허세만 대령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글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국방일보』가 지면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자에게 이런 기회를 배려해준 오철식 전 국방홍보원장님과 정남철 팀장님에게 큰 빚을 졌다. 늦은 원고마감에 고생 많았을 이영선 기자, 그리고 지면제작을 맡아준 편집기자 모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매주 주말이면 이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읽어주고 고쳐준 아내 운향芸香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매주 돌아오는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미술사를 전공한 아내 덕에 전쟁과 미술의 만남도 가능했다. 전쟁과 그림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결합하는데 결정적 공로자인 셈이다. 틈틈이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고 젊은이의 시선으로 이 글을 읽어준 딸 은서와 아들 홍록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고마움과 사랑을 전한다. 2016년 봄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최영진 교수의 ‘전쟁과 명화’를 하반기부터 새롭게 연재합니다. 세계 명화에 담겨 있는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국방일보 2014.07.02 ~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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