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8-11-21 조두진 기자)
파시즘파시즘 A WARNING
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 타일러 라쉬·김정호 옮김/ 인간희극/ 336쪽/ 1만8000원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국무부장관을 역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책이다.
전쟁으로 피폐했던 유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은이의 경험과 풍부한 외교관 경력 및 통찰력을
바탕으로 파시즘을 분석하고 있다.
◇ 극단적 민족주의· 원리주의 양상
파시즘(fascism)은 1919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주장한 국수주의적·권위주의적·
반공적인 정치주의 및 운동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원래 '묶음'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파쇼(fascio)에서 나온 말이었으나,
결속·단결의 뜻으로 전용(轉用)되었다.
파시즘은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 국가 각지에 등장한 일종의 정치이데올로기와 운동이다.
'진정한 아리안인' '진정한 인간' '게르만인'이라는 구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파시즘은 대체로 민족주의
혹은 내셔널리즘 과잉 양상을 띤다. 냉전종결 이후 나타난 타민족 섬멸을 기도하는 인종분쟁, 극단적인 종교적 원리주의
운동도 파시즘의 양상이다.
북한의 극단적 민족주의, 중앙집권화된 권력, 인권유린, 무력의존 등도 파시즘의 해악적인 특징이다.
파시스트들은 자기네 집단 밖의 존재들을 철저히 파멸하려고 들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네 집단 밖을 공격함으로써 자기네 집단의 결속을 추구하는 전략도 편다.
지은이는 "누군가는 이 책이 불안을 조장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잘된 일이다"고 말한다.
파시즘에 대해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야 하며, 그래야만 그런 낌새가 나타났을 때 재빨리 알아챌 수 있고,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파시즘의 폭력 생생하게 경험
지은이는 "내가 아직 갓 난 아기였던 1939년 3월 15일 독일 돌격대가 내 고향 체코슬로바키아를 침략하고,
유럽을 두 번째 세계대전의 문턱까지 몰고 갔다.
우리가족은 런던으로 도피했고, 6년의 긴 시간이 지나고 나치들이 항복한 뒤 우리는 자유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염원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잠시 동안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1948년 내 조국은 공산주의자들의
통제에 들어갔다. 민주주의는 폐쇄되었고, 우리가족은 다시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미국에 도착했고, 난민 신분이 되었다.
우리 조부모님 중 세 분과 수많은 친척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시즘의 소행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사실을 숨겼고, 우리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파시즘이 창궐하던 시대는 끝났을까.
지은이는 "파시즘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지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평화와 정의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극좌와 극우라는 양극단 세력들이 힘을 부풀리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같은 현시대 정치 지도자들의 전략은 1920년대와 30년대 파시스트들이 쓰던 전략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 특정 집단의 이익과 우월성 강조
지은이는 파시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스로를 국가 전체, 혹은 집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자이다. 그들은 타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기꺼이 폭력을 동원하고 자신이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헝가리 총리), 김정은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을 모두 연결하는 고리들이 있다.
이들은 제멋대로이며, 높은 지위를 일시적인 특권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의 욕망을 강요할 수단으로 본다.
그들은 모두 '강한 지도자', 그리고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한다.
국민의 지지로 선출됐든, 권력을 물려받았든, 탈취했든 이들은 모두 파시스트들인 것이다.
히틀러가 얼마나 많은 독일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권좌에 올랐던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는 독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파시스트였다.
◇ 단독행동보다 협력할 때 성공 쉬워
미국은 어떨까?
지은이는 "미국으로 온 뒤 덴버 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잡은 내 아버지는 독재의 위험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썼다.
미국인들이 자유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 이라며
"몇 년 전까지 미국은 희망적인 비전이 빛을 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과거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트럼프는 전임자들을 비방하고, 정적들을 가두어 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주요 언론인들을 "미국인들의 적"으로 규정하고, 국수주의적 경제 및 무역정책을 분별없이 선전하고,
이민자들을 범죄인 취급하고, 그들의 출신 국가들을 헐뜯는다고 지적한다.
책은 '국제외교나 통상에서 승자와 패자가 명백하게 가려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각 국가들이 단독행위보다 협력했을 때 승리를 더욱 수월하게 쟁취할 수 있다는
견해와 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 북한에 문 열어두되 거짓 경계해야
한반도 분단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지은이는 "북한의 강경책을 완화시키기 위한 설득 작업은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애초에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일들은 희망했던 것보다 미미한 진전만을 이뤘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긍정적인 변화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거짓말과 허황된 약속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예전보다 북한을 더 위협적인 존재로 만들었을 뿐, 북한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심각하게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존재이고, 따라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동맹국들은 북한에 화해의 문을 열어두되,
그들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도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나는 오래 살아왔고, 어떤 위험이 저절로 사라져버리기를 바라는 행태들을 많이 목격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볼 때 (위험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으며) 더 용감하고, 선한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33쪽, 1만8천원.
▷ 매들린 올브라이트 ?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제64대 미 국무부 장관으로 일했으며 백악관, 미 의회, 국가 안보 회의, UN대사 등을 두루 거치며 탁월한 외교가로 활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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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파시즘 A WARNING (매일신문 2018-11-21) 파시즘/ 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 타일러 라쉬·김정호 옮김/ 인간희극/ 336쪽/ 1만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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