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5 유석재 기자)
좋은 정부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480쪽 | 2만5000원
19세기 말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을 정한 사람들은 유럽 여러 국가의 관료였다.
이들은 아프리카 부족들의 다양한 언어와 역사와 종교를 어떻게 고려했을까?
정답은 '그런 거 없었다'. 그냥 지도에 자를 대고 일직선으로 쭉 그었다.
이처럼 실재(實在)란 것이 뭔지 모르는 관료들이 숱한 중요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는 말한다.
편협한 평가 제도가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 놓은 우리 입시 제도는 이와 얼마나 다른가?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가 부제인 이 책은 지적한다.
컴퓨터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과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에 관료적 권위주의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부와 공직자가 도대체 웬 말이냐고. 상상력을 제쳐 두고 복지부동에 젖은 채 일방적 소통을 외치는 정부가
'오늘의 정부'라면, '내일의 정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정부가 시장보다 못하다면 역할을 내주고 돕는 자세를 갖추며, 접점을 찾아 공생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누구나 대등하게 결정권을 갖는 수평 조직으로 변하면 장차관 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
"이제 모든 정책 결정을 알고리즘이 할 수 있다는 걸 외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료만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척척 대답하는 환경에선 전문가도 아닌 몇 사람이 방문을 닫고 자기들끼리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영혼 없이 상부나 정치권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개인별·집단별·세대별로 진단해 미리 제시해주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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