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외무차관과 주미 대사를 역임하고 퇴직했다. 그가 얼마 전 아사히신문 주최로 한국 외교부 전직 고위 관리 A씨와 한일(韓日) 관계 관련 대담을 했다. 사회자가 후배 외교관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A씨는 "한국도, 일본도 (외교관의) 외교에 관한 권한이 축소된 시대"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사에 전 차관이 즉각 반박했다. "나는 일본 외무성의 사기(士氣)가 가라앉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외교관은 자기가 축적한 지식과 견문을 정부 안팎에 당당히 전달한다. 그것이 프로페셔널 정신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견 일본 언론인이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을 비교하는 칼럼을 썼다. 한국에서는 주일대사관 지원자가 줄고 있는데, 일 외무성에서는 서울 근무가 여전히 인기라고 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여성 일본 외교관 두 명을 만나보고 "정말 믿음직스럽다"고 느낀 것도 소개했다. 그는 "상대방을 능가하는 열정이 있어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고 썼다.
일본의 전직 차관과 칼럼니스트의 표현에는 자국 외교관들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 2012년 아베 총리가 집권 후 일 외무성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이들의 관찰대로 일본 외교관들이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무성 담당 과장이 기안(起案)하고 국장, 차관으로 올라가면서 외교정책의 틀이 잡히는 것은 여전하다. 직업 외교관으로 최고봉인 외무성 차관은 아베 총리를 수시로 만나 외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외교는 얼마 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도 돋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곳에서 지구의 절반을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미국, 인도와 첫 3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물론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한 달여 만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4개월 새 3번째 만났다. 아베 총리는 미·중·러 '빅3' 지도자들을 내년에 도쿄로 초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같은 다자회의에서 한국 외교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30분간 만난 게 사실상 전부였다. 그 직전에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체코를 방문해 총리와 회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전문가는 최근 두드러진 한·일 외교 격차와 관련, "한국 외교부가 적폐(積弊) 세력으로 몰려 외교관들의 사기가 추락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전권(全權)을 갖고, 외교정책과 인사(人事)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외교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을 해외 수행 중이던 중견 외교관이 출장 도중 쓰러졌다. 그는 지금도 깨어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활기를 잃은 외교부의 모습과 겹쳐져 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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