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07 이지훈 세종대 교수)
초전 설득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역자 김경일/ 21세기북스/2018.12.25/ 456 p
원제 Pre-Suasion
발군의 실적을 올리는 화재경보기 영업사원이 있다.
그런데 그가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하는 특이한 행동이 있다.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아차, 아주 중요한 문서를 차에 놓고 왔네요"라며
잠시 다녀오겠다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러면 대개 고객은 집 열쇠를 건네주며 다녀오라고 한다. 그런데 당신이 집 열쇠를 내주며
자기 집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그 순간 영업사원은 신뢰의 이미지로 고객과 연결된다. 이미 반쯤은 영업에 성공한 셈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이런 상황을 '초전 설득(超前 說得·Pre-suasion)'이라고 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다. 손자병법에서 "모든 전투는 치러지기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다"고 했는데,
설득의 귀재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든다는 내용이다.
만약 당신이 자동차 회사 마케팅 담당자이고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SUV"라는 광고를 TV에 내보낸다고 하자.
멜로 드라마 뒤에 내보내는 게 좋을까, 아니면 범죄 드라마 뒤가 좋을까?
정답은 범죄 드라마 뒤이다.
사람들이 두려움과 관련된 자극에 노출됐을 때는 무리 속에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려 하고, 남들이 많이 산 차를 따라 사려 한다.
로맨틱 영화 뒤에 보여주면 오히려 광고하는 차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수 있다.
성적인 자극을 받은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광고 전에 보여준 범죄 드라마처럼 상대방이 내 말을 더 쉽게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사전 행동들을
'오프너(opener)'라고 한다. 메시지의 설득 효과는 직전에 경험하는 오프너의 종류에 의해 결정된다.
컨설팅 회사가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고객 본사 내 작업 공간을 유리 회의실로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을 직원들이 계속 시야에 있으면 그들을 늘 상기하며 일하게 된다.
유리 회의실이 어렵다면 고객사 직원들 사진을 인쇄해 벽에 붙여 놓을 수 있다.
저자는 연구실에서 대중서를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책이 논문처럼 딱딱해지니까. 스타벅스 매장에서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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