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01.10 00:03
“나는 땅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이다.”
영화 ‘아쿠아맨’은 심해의 제국 아틀란티스 왕자가 슈퍼히어로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아틀란티스 여왕인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役)가 평범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태어난 아들이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役)입니다. 아쿠아맨은 땅 위의 인간들을 공격해 전쟁을 벌이려는 이부동생 옴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여 지구의 평화를 지켜냅니다.
처음 아쿠아맨은 옴에게 대적할 수준이 못 되지만, 전설의 아틀란티스 왕 아틀란이 사용했던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손에 넣으면서 히어로로 새롭게 태어나죠. 삼지창을 손에 든 아쿠아맨은 바다의 생물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옴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둡니다.
영화는 심해의 세계를 화려한 볼거리로 수놓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히어로 영화가 나왔지만 ‘상상력’ 측면에서는 아쿠아맨이 으뜸입니다. 해마를 타고 싸우는 아틀란티스 전사부터 바다에 존재하는 7개 왕국까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묘사되죠.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의 토비 에머리히 회장은 “그 동안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유니버스를 창조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완벽한 오락영화인 아쿠아맨의 발단이 플라톤(BC 427~347)이라고 한다면 쉽게 믿겨지시나요? 보통의 신화와 전설은 원작자가 없지만, 아틀란티스는 ‘이데아’와 ‘철인정치’를 주장하고 ‘국가’와 ‘향연’ 등 수 십 편의 고전을 남긴 플라톤이 원조입니다.
완벽했던 고대문명 아틀란티스
영화 ‘아쿠아맨’은 심해의 제국 아틀란티스 왕자가 슈퍼히어로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아틀란티스 여왕인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役)가 평범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태어난 아들이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役)입니다. 아쿠아맨은 땅 위의 인간들을 공격해 전쟁을 벌이려는 이부동생 옴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여 지구의 평화를 지켜냅니다.
처음 아쿠아맨은 옴에게 대적할 수준이 못 되지만, 전설의 아틀란티스 왕 아틀란이 사용했던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손에 넣으면서 히어로로 새롭게 태어나죠. 삼지창을 손에 든 아쿠아맨은 바다의 생물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옴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둡니다.
영화는 심해의 세계를 화려한 볼거리로 수놓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히어로 영화가 나왔지만 ‘상상력’ 측면에서는 아쿠아맨이 으뜸입니다. 해마를 타고 싸우는 아틀란티스 전사부터 바다에 존재하는 7개 왕국까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묘사되죠.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의 토비 에머리히 회장은 “그 동안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유니버스를 창조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완벽한 오락영화인 아쿠아맨의 발단이 플라톤(BC 427~347)이라고 한다면 쉽게 믿겨지시나요? 보통의 신화와 전설은 원작자가 없지만, 아틀란티스는 ‘이데아’와 ‘철인정치’를 주장하고 ‘국가’와 ‘향연’ 등 수 십 편의 고전을 남긴 플라톤이 원조입니다.
완벽했던 고대문명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Ατλαντίς)는 지금으로부터 1만 2000년 전 존재했다는 가상의 대륙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헤라클레스의 기둥(지브롤터 해협)’ 바깥에 아틀란티스가 존재한다고 믿었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세운 나라로 그의 자손들이 왕위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큰 재앙이 닥쳐 대륙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바다를 ‘Atlantic Ocean(대서양)’이라고 부르죠.
플라톤이 남긴 책 ‘크리티아스’에 따르면 아틀란티스는 대륙의 한 가운데 동서남북으로 수백 ㎞에 달하는 넓은 평야가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는 폭 200m의 대운하와 수십 개의 수로가 있어 교통과 상업이 크게 발달했죠. 한 가운데에는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었는데 금과 은으로 뒤덮인 90m 높이의 거대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신전 안에는 전차 위에서 여섯 마리의 말을 끄는 포세이돈의 동상이 있었고요.
아틀란티스는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철저한 계획 도시였습니다. 지상에서 채집할 수 있는 모든 향료와 꽃·열매가 있었으며 사람들은 사이좋게 나눠썼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 못지않게 도시민들의 교양 수준도 높았고요. 하지만 ‘지상낙원’ 아틀란티스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아틀란티스인들이 점점 사치스럽고 탐욕스럽게 변하자, 이를 노여워한 신들의 저주로 대지진과 홍수가 일어납니다.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선 사람들
플라톤이 남긴 책 ‘크리티아스’에 따르면 아틀란티스는 대륙의 한 가운데 동서남북으로 수백 ㎞에 달하는 넓은 평야가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는 폭 200m의 대운하와 수십 개의 수로가 있어 교통과 상업이 크게 발달했죠. 한 가운데에는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었는데 금과 은으로 뒤덮인 90m 높이의 거대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신전 안에는 전차 위에서 여섯 마리의 말을 끄는 포세이돈의 동상이 있었고요.
아틀란티스는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철저한 계획 도시였습니다. 지상에서 채집할 수 있는 모든 향료와 꽃·열매가 있었으며 사람들은 사이좋게 나눠썼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 못지않게 도시민들의 교양 수준도 높았고요. 하지만 ‘지상낙원’ 아틀란티스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아틀란티스인들이 점점 사치스럽고 탐욕스럽게 변하자, 이를 노여워한 신들의 저주로 대지진과 홍수가 일어납니다.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선 사람들
이처럼 아름답고 비극적인 대륙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탐험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이그나티우스 도넬리는 1882년 발간한 ‘아틀란티스, 대홍수 이전의 세계’라는 책에서 대서양 한 가운데에 아틀란티스가 존재했다고 썼습니다. 인간이 원시생활을 벗어나 처음 문명을 이룬 시대이며, 성경 속 ‘에덴동산’의 모델이 된 곳이라고 했죠.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도 아틀란티스의 전설을 찾아다녔습니다. ‘독일유산조사단’이란 친위대를 조직해 숨겨진 보물과 유적을 발굴했습니다. 특히 히틀러는 아리아인이 아틀란티스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 민족적 우수성을 뽐내고 싶었죠.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존스 박사가 유적을 발굴할 때마다 괴롭히는 독일군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후에도 1967년 그리스 산토리니 섬 지하에서 발견된 석조 건축물, 2012년 캐나다 탐사팀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견한 수중도시 등이 아틀란티스의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선 이유는 원작자인 플라톤 때문입니다. 서양 철학사의 대부인 플라톤이 책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후대인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죠. 책 속에서 플라톤은 크리티아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크리티아스는 자신의 증조부가 솔론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9000년 전(대화 시점부터)에 존재하던 신비의 섬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내용은 익히 우리가 아는 것과 같습니다.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상상력
그렇다면 플라톤은 왜 아틀란티스를 책으로 남겼을까요? 김종영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플라톤의 노년은 쇠망해 가는 아테네를 바라보며 고심이 많던 때였다, 자신이 이상으로 삼은 국가의 모습을 아틀란티스에 투영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아틀란티스가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 멸망한 것처럼 아테네인들에게도 경고를 하기 위해 책을 쓴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실제로 ‘크리티아스’에서 플라톤의 마지막 서술은 이렇습니다. “제우스는 뛰어난 종족이 비참해진 것을 알고, 이들이 자제력을 배워 한 층 더 나은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게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이죠. 아쉽게도 플라톤의 기록은 여기서 끝납니다. 정확히 아틀란티스의 위치가 어딘지, 바다에 가라앉은 후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았죠.
‘미완’의 끝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플라톤의 기록을 나침반 삼아 많은 이들의 예술과 문학 작품에서 꽃을 활짝 피웠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부터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까지 상당수의 작품이 아틀란티스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지난 2400년 간 인류 문명에 ‘상상력’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신화와 전설은 인간 문명의 거대한 보물창고입니다. 세계의 고전인 그리스 신화,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딘과 토르 등의 북유럽 신화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씨앗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같은 현대의 고전들이 탄생하는 것이고요. 상상력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도구적인 교육만 편중해 가르칩니다. 여전히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앨빈 토플러)이죠. 4차 혁명시대엔 아틀란티스처럼 상상과 모험이 넘치는 스토리의 힘의 더욱 중요해질 텐데 말입니다.
독일의 탐험가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은 어릴 적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수없이 읽었습니다. 어린 슐리만의 꿈은 트로이를 찾는 것이었죠. 어른이 돼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려 했지만 당시 고고학자들은 비웃었습니다. 트로이는 단지 전설일 뿐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진짜 트로이 유적을 찾아냅니다. 30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트로이가 역사로 드러난 것이었죠.
미래는 꿈을 꾸는 자의 것입니다. 꿈은 상상에서 시작되고요. 이제 우리의 교육도 달달 외기만 하는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트로이와 아틀란티스를 꿈 꿀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도 아틀란티스의 전설을 찾아다녔습니다. ‘독일유산조사단’이란 친위대를 조직해 숨겨진 보물과 유적을 발굴했습니다. 특히 히틀러는 아리아인이 아틀란티스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 민족적 우수성을 뽐내고 싶었죠.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존스 박사가 유적을 발굴할 때마다 괴롭히는 독일군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후에도 1967년 그리스 산토리니 섬 지하에서 발견된 석조 건축물, 2012년 캐나다 탐사팀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견한 수중도시 등이 아틀란티스의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선 이유는 원작자인 플라톤 때문입니다. 서양 철학사의 대부인 플라톤이 책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후대인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죠. 책 속에서 플라톤은 크리티아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크리티아스는 자신의 증조부가 솔론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9000년 전(대화 시점부터)에 존재하던 신비의 섬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내용은 익히 우리가 아는 것과 같습니다.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상상력
그렇다면 플라톤은 왜 아틀란티스를 책으로 남겼을까요? 김종영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플라톤의 노년은 쇠망해 가는 아테네를 바라보며 고심이 많던 때였다, 자신이 이상으로 삼은 국가의 모습을 아틀란티스에 투영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아틀란티스가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 멸망한 것처럼 아테네인들에게도 경고를 하기 위해 책을 쓴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실제로 ‘크리티아스’에서 플라톤의 마지막 서술은 이렇습니다. “제우스는 뛰어난 종족이 비참해진 것을 알고, 이들이 자제력을 배워 한 층 더 나은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게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이죠. 아쉽게도 플라톤의 기록은 여기서 끝납니다. 정확히 아틀란티스의 위치가 어딘지, 바다에 가라앉은 후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았죠.
‘미완’의 끝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플라톤의 기록을 나침반 삼아 많은 이들의 예술과 문학 작품에서 꽃을 활짝 피웠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부터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까지 상당수의 작품이 아틀란티스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아틀란티스는 지난 2400년 간 인류 문명에 ‘상상력’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신화와 전설은 인간 문명의 거대한 보물창고입니다. 세계의 고전인 그리스 신화,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딘과 토르 등의 북유럽 신화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씨앗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같은 현대의 고전들이 탄생하는 것이고요. 상상력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도구적인 교육만 편중해 가르칩니다. 여전히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앨빈 토플러)이죠. 4차 혁명시대엔 아틀란티스처럼 상상과 모험이 넘치는 스토리의 힘의 더욱 중요해질 텐데 말입니다.
독일의 탐험가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은 어릴 적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수없이 읽었습니다. 어린 슐리만의 꿈은 트로이를 찾는 것이었죠. 어른이 돼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려 했지만 당시 고고학자들은 비웃었습니다. 트로이는 단지 전설일 뿐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진짜 트로이 유적을 찾아냅니다. 30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트로이가 역사로 드러난 것이었죠.
미래는 꿈을 꾸는 자의 것입니다. 꿈은 상상에서 시작되고요. 이제 우리의 교육도 달달 외기만 하는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트로이와 아틀란티스를 꿈 꿀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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