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22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잇사(一茶) '이 세상'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대중매체에서 기사에 인물사진이 곁들여질 때 그 기사의 내용과 사진이 기막히게 어울려서
감탄하는 일이 많다. 같은 사람도 기사 내용에 따라서 위엄을 짓는 얼굴, 친근감이 가는 얼굴,
죄짓다 들킨 얼굴…. 그런데 어떤 얼굴은 언제나 비호감이다.
국민의 최순실과의 첫 대면은 거의 모든 신문과 TV 화면에서 동일한 사진과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선글라스를 밀어올리고 웃는 사진과 지하 주차장 안에서 따라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는 동영상이었던 듯한데 그 인상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쾌락만이 존재 이유인, 염치나 남을 위한 배려나 자숙(自肅) 같은 것은 개념조차 모르는 그런 여자였다.
그래서 그 시점부터 홍수처럼 쏟아져나온 그에 대한 무수한 과장, 거짓, 추측성 보도를 국민은 다 믿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최순실과 대적할 만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얼굴의 주인공은 추미애와 손혜원이다.
추미애 전(前) 당대표는 상당한 미모이지만 표정과 눈빛은 잘 벼린 도끼를 연상시켰다. 추미애는 억지스러운 발언을
무수히 쏟아냈는데, 토지공유제 같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제도 도입을 역설할 때의 표정에서는 반대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투지가 읽혔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토지공유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손혜원 의원은 얼굴 표정, 발언 내용, 어조 모두 위력적 거부감을 유발한다.
손 의원은 자신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주 강조한다는데
의원으로서는 대중의 맹렬한 반감을 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호전성이 유일한 생존 무기였던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당명을 지어줬다고 해서 그리도 필사적으로 당을 호위해야 하는가? 최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에게 퍼부은
저주와 비아냥은 발악에 가까웠고, 작금에 터진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투기로 판명되면
'목숨도 내 놓겠다'는 해명 역시 섬뜩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들린다.
"이 세상/ 지옥의 지붕 위를 걸으며/ 꽃구경을 하네." 일본의 하이쿠 시인 잇사(一茶)가 읊었다.
모든 인생은 위태로운 곡예인데 탐욕적이고 전투적인 인간은 지옥의 지붕 위에서 광란의 탱고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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