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02 이한수 기자)
말의 세계사
피타 켈레크나 지음|임웅 옮김|글항아리|752쪽|3만8000원
말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먼 거리를 달리는 네발짐승이다.
가장 머리가 좋은 두발짐승 인간은 말과 만나면서 좁은 지역의 자급자족 체제를 넘어
광대한 정치경제 체제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6000년 이상 문명을 이끌어온 마력(馬力)의 역사를
치밀하게 짚고 말이 인류 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말은 기원전 4000년쯤 유럽 헝가리 동쪽에서 중국 국경 지역에 이르기까지 6400㎞ 펼쳐진
유라시아 초원지대에서 처음 사육된 것으로 추정된다. 변방 기마 부족은 농경 문명 중심지를
약탈하고 제국의 군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기원전 2000~1000년 동안 중국과 기마인
사이의 교전에 따라 중국의 발명품이 서구로 흘러들어갔다. 반대로 서쪽의 사상과 생산품도 동쪽으로 유입됐다.
말이 없었다면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지배권을 형성했던 몽골 제국도 불가능했다.
아메리카 문명이 널리 전파되지 못한 까닭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에서 말은 인간의 남획 등으로 9000년 전쯤 멸종했다.
말을 이용하지 못한 마야인은 '0'(zero)의 개념을 인도인보다 500년 앞서 발명했지만 이를 널리 퍼뜨리지 못했다.
말의 영향력은 종교 전파와도 밀접하다.
세계적으로 신자가 가장 많은 종교인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불교의 확산은 기마술 덕분이었다.
아랍인들은 사막의 말을 타고 이슬람교를 빠르게 전파했다.
갈등의 속도와 강도 역시 말로 인해 크게 증가했다는 부정적 측면도 함께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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