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6-10-17)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7>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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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더 유리한 조건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면서 동시에 사적으로 여성(어머니 누이 아내)의 노동에 의존해서 살아가면서도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에게 여성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밀어낼 수 있을까? 적어도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가해자라고 하면 거슬리는 표현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남성 일반은 여성에 대하여 사회적 강자임이 분명하다. ―본문 중에서》 |
지금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말할지언정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시대이다.
‘평등’의 개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져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언론과 누리꾼 사이에서 여성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면서 ‘여성과 남성은 거의 평등해졌다’ ‘지겹다’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평등이란 상식과 교양이 되었고 사회가 많이 변화한 지금, 여성주의에 대한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된장녀’가 쉽게 ‘골페미’(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속어)와 동일시되듯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란
일종의 커밍아웃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겁도 없이 자신은 페미니스트이며
“여성주의가 남자를 살린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소수의 남성은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에게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남성들의 반응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 생략하고,
여성들 특히 여성 페미니스트 중에는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모순어법’이 이미 그 모순을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섹스와 젠더가 일치하는가?” 곧 “페미니스트는 여성만 될 수 있는가?”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선 ‘자격’이 필요한가?”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은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경험에서만 비롯되는가?”라는 질문들을 제기한다.
성별화된 권력구조 안에서 수혜자인 남성이 그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은 일면 당연하기 때문에 권력자인 남성들이
그러한 혜택의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하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대한남성민국’에서 억압의 가해자이며 공모자가 남성이라는 점에서 사실은 ‘여성문제’가 아니라
‘남성문제’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남자로서 여자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여성주의가 근본적으로 정의롭기 때문에,
또한 수혜자로서의 나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에 여성주의 편을 택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와 정체성을 지니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권력의 남초(男超)현상, 남성 기 살리기,
사이버 마초, 성매매특별법, 군대 등 첨예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여성 페미니스트가 이런 문제를 다룬다면 편파적이고 편협하며 피해의식이라는 등의 반격이 예상되는 데 비해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저자의 진단은 ‘편들기’라는 단어를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머리로는 알겠고 동의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뭔지 모를 거부감이 드는,
그리고 반복되는 성대결 양상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남자, 그리고 여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우리의 사회현상과 문화에 대한 분석이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남자 들여다보기 20선] (동아일보 2006-09-18 ~ )
<1>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2006-09-18) 윤영무 지음/ 명진출판/ 2004/ 247p. <2>남자,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2006.09.19)
<3>남자 vs 남자 (2006.09.20) 정혜신 지음/ 개마고원/ 2017/ 356 p. <4>남자들, 쓸쓸하다 (2006.09.21) 박범신 지음/ 푸른숲/ 2005/ 206p <5>우리 속에 있는 남신(男神)들 (2006.09.22) 진 시노다 볼린/ 유승희/ 또 하나의 문화/ 2006/ 455p <6>남자들에게 (2006.09.2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한길사/ 2003/ 379 p <7>남자의 탄생 (동아일보 2006-09-26) 지음/ 푸른숲/ 2003/ 299p <8>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 (동아일보 2006-09-27) <9>남자의 미래 (동아일보 2006-09-28) 매리언 살츠먼;이라 마타시아;앤 오라일리 [같이]지음/ 이현주 옮김/ 김영사/ 2006/ 263p <10>막대에서 풍선까지-남성 성기의 역사 (동아일보 2006-09-30)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김태우 옮김/ 까치/ 2003/ 384p.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1>남자는 다 그래! (동아일보 2006-10-09) 에릭 헤그만 지음/ 장혜경 옮김/ 펀북스/ 2006/ 253p.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2>일곱 가지 남성 콤플렉스 (동아일보 2006-10-1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3>남자의 인생지도 (동아일보 2006-10-12) 게일 쉬히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2004/ 421p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4>따로와 끼리: 남성지배문화 벗기기 (동아일보 2006-10-13) 정유성 지음/ 책세상/ 2001/ 136p.;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5>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여자로 길… (동아일보 2006-10-14)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2002/ 300 p <16>강요된 침묵-억압과 폭력의 남성 지배문화 (동아일보 2006-10-16) 엠마뉴엘 레이노 지음/ 김희정/ 책갈피/ 2001/ 187 p <17>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동아일보 2006-10-17)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8>남자의 이미지 (동아일보 2006-10-18)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9>아버지로 산다는 것 (동아일보 2006-10-19) [남자 들여다보기 20선]<20>한국의 여성과 남성 (동아일보 2006-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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