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25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70년대 한국 선교사로 왔던 크리스텐슨 등 '번영의 역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저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1970년대 가난에 찌들었던 한국에 모르몬교 선교사로 파견됐을 때를 회고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된 많은 나라가 절대 빈곤 상태에 있었고
한국은 심지어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기까지했다. 많은 나라가 국제 원조를 받았지만
아직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만이 기적처럼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이자 사업가인 에포사 오조모,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전 편집자
캐런 딜런과 함께 '번영의 역설: 혁신이 어떻게 국가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가'에서
그 원인을 깊이 탐구했다.
그동안 일부 경제학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값싼 노동력을 대량 투입해서 일군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지만, 크리스텐슨 교수의 진단은 달랐다. 한국은 바로 기업가들이 시장 창조형 혁신을 수행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 LG, 기아차, 포스코 등을 주역으로 꼽았다.
저자는 혁신을 유지형 혁신, 효율성 혁신, 시장 창조형 혁신의 3가지로 나누는데, 이 중에서 진정으로 경제 번영을
이끄는 것은 바로 시장 창조형 혁신이라고 말한다. 1960년에 멕시코는 한국보다 2배 정도 부유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멕시코가 그동안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로서 효율성 혁신을 추구했을 뿐
시장 창조형 혁신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도 19세기 중반까지는 절대 빈곤 상태에 있었지만 '싱어' 전기 재봉틀, 코닥 카메라, 포드 자동차,
뱅크 오브 아메리카처럼 시장 창조형 혁신을 수행한 기업들이 19세기 후반 이후 집중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최고 부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번영을 원치 않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자국 정부나 국제 기구가 아무리 인프라를 건설하고 빈곤층에 소득과 물자를 지원해도
원하는 번영은 좀처럼 달성되지 않는다.
푸시(push) 정책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이것이 바로 '번영의 역설'이다.
그러나 한국만큼은 이 역설을 깨고 '번영의 과정'을 이룩했다.
시장 창조형 혁신을 실천함으로써 수많은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파생시켜 번영의 연쇄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찬탄 일변도에 그치지는 않았다.
책 말미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과도한 교육 경쟁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경제 발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신중하게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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