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시절 스승이었던 윌슨(E. O. Wilson) 교수는 제자들에게 '취미 과학(hobby science)'을 하나씩 가지라고 당부했다. 연구비를 따기 위해 시의성 있는 연구도 해야겠지만 평생토록 마치 취미로 하듯 꾸준히 하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 시절 연구실을 함께 쓰던 동료였던 미국 브랜다이스대 펄먼(Dan Perlman) 교수는 운동 삼아 걷는 동네 공원에서 벌써 30년 넘도록 동일한 지점의 숲 사진을 찍고 있다. 머지않아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 천이에 관한 멋진 논문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다음 달이면 구순을 맞는 윌슨 교수는 금년에만 벌써 '기원(Genesis)'이라는 책과 더불어 '신세계 혹개미(Pheidole in the New World)'에 관한 모노그래프를 출간했다. 이 모노그래프에 그는 서반구에 서식하는 혹개미 337종을 신종으로 기재하며 개미 도해 5000여 점을 직접 그려 넣었다. 개미 분류학이 바로 그의 취미 과학이다.
현존하는 과학자 중 윌슨 교수만큼 공격을 많이 받은 이는 없을 것이다. 1975년 '사회생물학'의 출간과 더불어 페미니스트와 진보 진영으로부터 극우 학자로 내몰려 1978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는 시위자로부터 찬물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다윈의 위대한 후계자' '살아 있는 최고의 과학자' 등의 찬사를 듣는 까닭은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32권의 책을 내면서도 평생 개미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윌슨 교수를 공격했던 학자들은 대개 일찌감치 스스로 '과학 하기'를 멈추고 남의 연구에 이러쿵저러쿵 수군덕질하기 바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대단한 진화생물학자인 양 추앙받았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과학 연구에서 손을 떼고 잡문 쓰기에만 전념했던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중 한 사람이었다. 과학자에게는 모름지기 과학이 취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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