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12.24. 최영미 시인)
[8] 김기창의 '군작(群雀)'
빈틈없이 엉겨붙어, 너희는 왜 싸우고 있느냐
나는 새를 싫어한다. 무서워서 가까이 않는다. 작은 참새도 손으로 만지지 못하고 참새구이는 당연히 못 먹는다. 낙엽이 우수수 밟히는 아파트의 공원길을 걷다가 까악 까치 소리가 들리면 정신이 사나워진다. 가을의 정취가 확 날아가 어서 집에 가야지. 서두르는 내 앞에 더 곤란한 적들이 나타나, 비둘기들이 비스킷을 쪼고 있다. 요즘 비둘기들은 간덩이가 부어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새똥을 피해 빙 돌아가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잠을 통 못 이루며 지난가을부터 계절을 심하게 앓아왔다. 전시회라도 볼까? 조각하는 젊은 친구, 조윤주를 불러냈다.
김기창의 1959년작‘군작(群雀)’. 142×319㎝. /개인 소장
좌우로 갈라져 싸우는 동포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학생들, 데모대를 막아선 전경들이었다. 전시회장에 몰린 관람객들, 내전 중인 시리아, 2013년에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치고받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겹쳐서 어른거린다. 조금 색이 진하고 옅을 뿐. 비슷하게 생긴 참새끼리 같은 하늘 밑에서, 니들 언제까지 싸울래?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툼이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더 무서워진 그림. 덕수궁 하늘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만이 홀로 아름다웠다.
작품 보려면… ▲내년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작품 보려면… ▲내년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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